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자신의 자본 만으로는 충분히 성장의 속도를 만들지 못하거나 시장을 장악하기 어려울 때 투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작 투자를 받게 되면 뭔가 전략적으로나 경영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분명 기존에 해왔던 비즈니스 모델의 계획과 목표에 따라 그 투자를 받았을 텐데도 정작 돈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계획대로 진행하기보다는 불안해하고 다시 또 걱정을 한다.
그래서 기존 영역에서 성장이 둔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려고 할 때 보통 아래 항목들을 고민한다.
그런데 위의 항목들은 보통 우리가 사모펀드라고 부르는 PE(Private Equity)에서 하는 가치 상승 전략이다.
※ 사모펀드는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재무 자문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를 통칭하지만 후자를 중심으로 보려고 한다.
PE에서 특정 회사를 투자/인수하게 되면 그 회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물론 일부 즉각적인 효과 내는 국소 부위위주 단기 전략이 많긴 하지만)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켜 몇 년 안에 다시 되파는 활동을 하게 된다. 기업 턴어라운드 전략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 참고로 PE관련 글이라고 해서 이드가 금융업에 정말 해박하거나 PE로 근무한 경험은 없다. 이드가 일하며 직접 경험한 내용들과 PE에서 일하는 지인들의 HR 자문 요청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와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된 점을 미리 공유한다.
위의 7가지 항목들은 사실 너무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전략이지만 이런 PE의 방식을 일반 스타트업에서 진행하기에는 매우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PE는 프로페셔널펌이다. 프로페셔널펌이라는 말은 정말 전문적으로 그 일만 하는 회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문가들부터 수많은 케이스들을 통한 노하우 그리고 안정적인 자본력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경영에 대해서 자본의 논리 하나로만 접근해도 난이도가 어려운데 그것을 결국 만들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전문성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단순히 전문성이 부족해서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트업도 새로운 단계를 성장할 때 좋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그 차원의 고민이 아니고 본질적인 경영 전략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① ~ ⑦ 번까지의 활동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각각의 활동들은 분명히 가치상승을 보장하지만 여러 비즈니스 활동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영역들이다. 특히 해당 영역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업계 내에서도 베테랑 전문가들만 가능하다.
• 여기서 프로페셔널펌의 가장 큰 역량이 나타난다. 바로 뛰어난 인력들이 이미 회사 내에 있거나 혹은 쉽게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PE 인재 Pool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단순히 코파운더라는 이유로 C레벨이 아닌 실제 경력과 전문성으로 임원 / C레벨을 달 수 있는 인력이다.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 임원급이다.
• PE에서도 인수/투자한 회사의 경영진에 대해서 다시 세팅한다고 했을 때 그들을 제대로 뽑는 것에 제일 큰 노력을 들인다. 기존에 인력 pool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미팅 / 인터뷰 그리고 실제 성과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까지. 아이너리하게도 가장 자본중심적인 판단을 할 것 같지만 다시 돌아가서 사람 구성에 제일 큰 공을 들인다.
• 이제 경영권이 확보되었다면 약속된 기간 안에 얼마만큼의 투자금에 대한 이익을 제시할지 명확히 목표가 설정된다. 그것을 위해 기업가치를 상승하기 위해 각 영역마다 이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성과들은 클리어하다.
- 비용 영역에서는 인력에 대한 고정비와 기존 낭비되는 비용 요소를 최소화하며, 마케팅/영업을 위한 비용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 매출/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제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기업가치 상승에는 재무적 실적 외 실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또한 중요하기에 매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 회 브랜딩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빠르게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한다.
- 효율적 운영을 위해 불필요한 인력은 최소화하며 빠르게 실적 개선을 위한 우수 인재위주로 세팅한다. 그리고 HR제도 또한 명확한 성과중심적인 평가/보상 제도를 수립해서 자체적인 체력을 키운다.
- etc
• 기존 스타트업에서 각 영역의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회사/대표가 바라는 바는 너무도 많다. 그러다 보면 결국 진짜 달성해야 할 목표를 달성하기엔 너무 바쁘거나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PE가 인수한 회사들은 빠르게 회사 가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굉장히 단기적인 처방이고 스타트업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의 가치를 기여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리즈별로 투자를 위해 달려가는 스타트업이 훨씬 더 단기적인 모습들의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차라리 PE 방식이 훨씬 직관적이며 클리어할 수도 있다.
• 명확해진 목표,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정해진다면 이제는 맡겨야 한다. 의외로 계약구조는 명확하다. 전문가들에게 계약기간을 주고 각 기간 안에 달성해야 할 목표 수준을 제시한다. 최종 기업가치 상승과 엑시에 대한 전사적 보상도 있지만 각 영역에 대한 보상도 존재한다. 그것을 달성하면 큰 성과보상이 있지만 그렇지 못할 시엔 그 보상과 함께 본인의 커리어 또한 상당 부분 피해를 받게 된다. 냉정하다 말할 수 있지만 시니어급의 커리어란 사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권한/책임이 주어진다는 말은 그렇지 못할 시의 리스크 또한 안고 있는 것이다.
• PE는 인수/투자를 마무리하고 기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1차적으로 정리해 준다. 적어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준다. 이후 각 영역 전문가들이 이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또한 중간에 돈이 필요하거나 주요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면 또한 지원해 준다. 왜냐하면 각각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 정해진 주기마다 보고과정에서 큰 이슈가 없고 큰 예산이나 안건에 대해서도 이슈가 없었다면 사소한 요소들에 터치하지 않는다. 상식적이지만 쉽게 잊혀지는 말이 전문가를 데려왔으면 그렇게 일하게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전문가를 데려왔지만 의외로 그 전문가의 전문 영역에 대해서조차 많은 간섭과 훈수를 둔다. 합리적인 계약구조에서는 그 사람에 대해 비용은 그대로 지불하면서 그 가치는 회사가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과 PE의 직접적인 비교가 사실 100% 맞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는 측면과 새로운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접근 측면에서는 일견 참고해 볼 만하다. 참고한다는 것은 PE방식을 차용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상 절대 그대로 도입할 수 없다. 참고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 자체에 대한 접근법과 시각이다.
생각보다 시장 메커니즘은 단순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이 IR에서 동일한 시장과 동일한 BM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달라서 비교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개별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법은 너무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경영과 전략에 대한 그 철학과 배경은 학습해야 할 것이다. 오늘 글에서는 HR 조차도 정말 비용과 생산성 측면에서만 기재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생각하는 경영이란 단어가 분명 스타트업에서만 쓰는 특수한 단어가 아닐건데 다양한 영역을 참고해 그 개념에 대해서는 한번 더 담백하게 본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