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괜찮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by iima

바다가 제법 떼를 쓴다.

17개월이 지나니 마음이란 것도 고집이란 것도 취향이란 것도 조금씩 생기나 보다.


욕실에서 물을 뿌리면서 놀다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직 말로 표현을 못하니, 뭔가 불만이 있으면 소리부터 지른다.

몇 번 원하는 걸 찾아주다가, 이 물놀이가 이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안고 나왔다.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누가 들으면 큰일이 난 줄 알겠어. 엄마는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눌러 내리면서... "어떻게 하면 진정이 될까? 쭈쭈를 좀 먹어볼래" 하니까 끄덕인다.


다른 아기들에 비해 오래 먹는 쭈쭈는 바다의 만병통치약.


한참을 먹더니 고개를 들고 엄마를 본다.


"이제 좀 괜찮아? "

'절레절레.'


"아직 안 괜찮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고개를 흔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는 것 같은데, 괜찮다는 말을 모르는 건가? 싶어서 다시 한번 물어봤더니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진짜 안 괜찮은 걸까... 괜찮다는 말을 몰라서 그냥 흔드는 걸까...?



그러다가 지난날에 스쳐간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 괜찮아?"라고 물어보면, "아니, 나 안 괜찮아. 정말이지 하나도 안 괜찮아."라고 말하고 펑펑 울고 싶은 날이 있었다. 우리는 "너 괜찮아?"라는 질문에 너무 당연하게 "응, 괜찮아."라는 답을 하는 거 아닐까?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으면서... 심지어 괜찮은 게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 때, 누군가는 걱정하면서 물어본다. "괜찮아요?"

걱정을 해주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제가 지금 괜찮아야 하나요?"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결국 괜찮지 않다는 말인데, 공격적인 가 싶지만... 그러니까, 왜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가에 대한 투정....?


그러니까, 괜찮지 않은 상황도 많은데 우린 너무 괜찮아야 함을 강요받고 사는 건 아닐까?


물론, "네, 괜찮아요"가 그저 관용적인 감사함의 표현이겠지만.......



그래서 나는, 괜찮냐는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바다의 표현이 좋았다.

나는 바다가 괜찮지 않을 때는 괜찮지 않다고 표현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바다야, 괜찮지 않을 때는 마음껏 괜찮지 않아도 된단다!

엄마는 네가 진짜 괜찮은 순간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나도...

나도 진짜 괜찮은 순간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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