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홀로 걸어가다가 보니
나만 세월아 네월아 인가보다.
누구 하나 인사도 없이
흙먼지 일으키며 내 옆을 스친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듯
암흑만 가득하고
앞서 가는 이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꽁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뒤따라 오는 어둠속에
그들을 쫓는 괴물이 있다한 들
저렇게 내 달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괴물도 오기전에는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들을 달리게 하는건 눈앞에 괴물이 아니라 두려움이 선물한 불안과 초조이다.
나 역시 불안하고 초조하긴 하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가겠다.
나는 천천히 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