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꽤나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 열심히 하다보면 그 끝에는 꼭 그 일을 그만두고 싶어진다. 그 끝이 보이기 전에 얼른 달아나고 싶어진다.
나의 밑전이 다 드러나기 전에 내가 얼른 서둘러 끝내고 싶어진다.
누군가가 잘한다고 하는 칭찬은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잘한다’라는 말 속에 내가 갇히고 만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말 뒤에 숨어버리는 형국이다. 그래서 미완의 일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심지어 이 일은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할 때면 벌써 두려워진다. 훗날 멀어질 일을 상상하며 이제는 그와 내 사이의 친밀함을 멈추고 싶어진다.
그래서 진짜 아끼고 싶은 사람과는 더 자주 보거나 연락을 하지 못한다. 가까워지고 나면 그 다음은 멀어질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예감은 빗겨나간 적이 없다. 그러고 나면 ‘것봐, 내 예상이 맞았지?’라며 내 주변에 더 옹벽을 쌓아 남은 이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왜 이렇게나 피곤하게 사는걸까? 왜 이렇게나 쉬운 일이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