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사랑한다는 흔한 말

by iinnocuous

회사에서 워낙 친하게 지내는 여직원이 메신저로, 문득 내가 생각하는 바람의 정의가 뭐냐고 물었다.

갑자기 잉? 스러웠지만 워낙 서로가 서로의 내밀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사이다 보니,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나 : "바람은 육체적 바람과 정서적 바람이 있을 텐데, 남녀가 서로 생각하는 바람의 기준이 다르지 않을까?"


그녀 :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바람의 기준은 뭔데?"


나 : "각자 파트너가 있어도 인간은 필연적으로 매력적인 이성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는 있다. 따라서 정서적인 바람은 상대방이 각 잡고 숨기면 알 수 없을 테고... 진짜 바람은 정서에서 육체로 이어지는 게 바람이 아닐까?"


그녀 : "난 바람피우는 사람하고는 정말 같이 살지 못할 것 같아, 넌 바람피우는 배우자를 용서할 수 있어?"


나 : "글쎄.. 왜 바람을 피웠는지, 어떤 경위와 수위였는지는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업무 시간에 나눈 대화 치고는 제법 철학적인 대화가 이어졌던 것 같다.


그녀의 질문에 왜 내가 정서적인 바람과 육체적인 바람을 구분해서 이야기를 했는지, 과거 연애를 통해서 곱씹어 보면 나 또한 연인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흔들렸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육체적인 바람까지 이어진 적은 단연코 없지만 늘 마음 한편에 이 사람을 만나면 어떨까, 저 사람을 만나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적은 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녀의 질문에 꽤나 솔직하게 얘기했던 것 같다. 사실 이런 주제에 대해서 얼마든지 더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람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바람에 대해서 펄쩍펄쩍 뛰면서 절대 용납 못한다고 말 한 사람치고 그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더욱이 말은 잘 믿지 않는다.(물론 그녀가 바람피울 수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 사람은 본디 정곡을 찔렸을 때 행동이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법이니까.


근 2년간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난 후, 부쩍 부모님 집에 자주 찾아간다.


"엄마, 내가 바람기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진짜 바람피울 생각 안들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


같이 살 때는 그렇게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님과도 이런 내밀한 얘기들을 화두에 올릴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엄마는 웃으며, 니 외할아버지 닮아서 그런가 보다고 진담 반 농담 반 웃으며 이야기하셨다.

실제로 외할아버지가 굉장히 미남이시고 직업도 좋으셔서 뭇 여성들의 인기가 많아 외할머니가 엄청 질투가 많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 내가 바람 안 피울 자신이 있게 만드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아"


그녀와의 숱한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습작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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