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멋진 그녀
최근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이,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을 주셨다.
"XX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제 사주도 너무너무 궁금해요"
웬만하면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연락이 왔을 때 나지막한 기분 좋음과
살짝 피어오른 의구심 한 스푼
좋았던 점은 그분은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주변 지인 중 가장 외적으로 화려하면서 사회적 인지도와 영향력이 있는 분이셨고, 동시에 그분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셨기 때문에 사주 관련 연락받은 후 내심 잉? 스러웠다.
그녀와 몇 마디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대화창을 뚫고 나오는 기분 좋은 텐션이 새삼 나도 E였음을 다시금 자각하게 만든다.
약간의 경계심 때문이었을까, 서로의 거처와 근무 장소 관련 대화 후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24시간 가까이 지나서 대화를 이어갔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기분 좋은 그녀의 텐션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우물거려 본다.
약속이 정해지고, 나와의 만남이 기대된다는 그녀의 진심인지 예의상 하는 말인지 모를 그 말이 마냥 싫지는 않았는지 한 껏 포멀 한 복장으로 그녀를 마주했다.
"교회 열심히 다니시는 분 같은데 왜 사주가 궁금하셨어요?"
"XX님이 얘기해 주시는 거면 한번 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마디 두 마디, 사주 풀이에 사뭇 진지해지는 그녀.
경금 일간 상관격 화다자인 그녀와 너무 잘 어울리는 직업과 온기.
처음 만난 사람과 다섯 시간씩이나 앉은자리에서 수다를 나눈 지가 근 몇 년 만인가 싶었고
오랜만에 대화의 결이 맞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행복감을 느낀 찰나에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모습과 사주를 보고 저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시면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3초 정도 고민 후 답했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아요"
"성격적, 직업적 발랄함은 Chill 하고, 저와의 대화에서는 충분한 온기를 전해주셨고,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온도감을 선사하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랄까요?"
※ 실제로 사주 기운 상 커피는 화기운에 해당한다.
즉흥적인 답변 치고, 나름 의미도 있고 그녀의 호기심도 충분히 자아내는 답변이라고 내심 자평했고
답변을 들은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 표현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앞으로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이야기할 거예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대화가 끝나고 늦은 시각, 그녀는 나와의 담소가 깨나 재밌었는지 그녀의 집과 정 반대 방향인
나를 태워다 주겠다고 말했으나, 눈치껏 중간 지점까지 타협하고 자연스러운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단지 너무 재밌어서였을까, 아니면 막연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각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까.
그 뒤로 이틀이 지날 때까지 서로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내게도 그녀는 나름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진짜 인연은 소리가 없어도 울림은 깊기에, 둘 중 누구라도 한 번은 살면서 먼저 떠올리고 연락할 수 있는 사이가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끓는점에 닿을 때 이 감정의 이름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Feat. 그녀와 장시간 대화 이후, 그녀의 SNS를 둘러보았는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주도했던 대화가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95% 이상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분간 침묵에도 낯설지 않을 여운을 잔잔하게 느끼는 하루하루가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