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라는 말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지원 사업이 실제로 창업자에게 작동하려면 필요한 것들

by 이니프

지원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따뜻하다. 도와주는 것, 함께하는 것,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
창업자 입장에서도 ‘지원받는다’는 표현은 왠지 고마운 일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창업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원은 받았지만, 실질적으론 별로 도움이 안 됐어요.”
이 말에는 불만이 아니라 이상한 거리감이 있다.


지원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착시


지원은 위에서 아래로 작동하는 구조다. 문제를 가진 누군가에게, 자원을 가진 누군가가 도움을 준다는 형태.

하지만 실제 창업 현장에서 필요한 건 도움보다 실행이고, 아이디어보다 실험이고, 피드백보다 반복이다.
지원 사업이 종종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지원’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동등하지 않은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원은 어떻게 설계돼야 작동하는가?


단순히 더 많은 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조적 조건이 함께 있어야 실제로 효과가 생긴다.


1. 지원은 ‘시작’보다 ‘중간’을 설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 지원은 “시작하는 사람”을 돕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작하고 나서 4~6개월 차’가 가장 어렵다.

초기 흥미가 꺼질 무렵

팀의 역할 갈등이 생길 무렵

첫 실패를 마주할 무렵

이 시점에 누군가와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
즉 “중간을 돌보는 지원”이 필요하다.


2. 지원의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작은 팀’이어야 한다

창업을 지속하는 건 아이디어나 의지가 아니라, 함께 버티는 사람의 존재다.
하지만 많은 지원은 ‘개인 창업자’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2~3인 단위의 팀 실험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

팀 단위로 피드백 받고, 팀 단위로 실패할 수 있는 구조

성과보다 관계 기반 실험을 지지하는 방식

이런 프레임이 지방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방 창업은 고립이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3. 피드백은 전문가가 아니라 ‘실험 대상자’로부터 받아야 한다

창업자가 멘토에게 피칭을 받고, 멘토가 조언을 주는 구조는
너무 익숙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정작 중요한 건,

우리 서비스의 ‘첫 사용자’는 누구였는가

그 사람의 표정은 어땠고, 어디서 멈췄으며, 무엇을 다시 물었는가

즉, 실험이 이뤄진 맥락과 실제 사용자로부터의 피드백이 지원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실험은 학습이 되고, 창업자는 계속 시도할 수 있다.


지원이라는 단어가 바뀌지 않으면, 구조는 반복된다


지원이란 말이 계속 쓰이는 한, 창업자는 수혜자이고, 실험은 ‘검증’의 대상이 되고 만다.
이 구조에서는 창업이 지속될 수 없다.
이제는 창업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실험하는 파트너’로 보고, 실패한 사람을 ‘보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며, 지원을 ‘자원 제공’이 아니라 ‘실험 구조 제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지원은 도움이 아니라 지속의 조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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