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랜딩은 왜 자주 실패하는가

예쁘기만 한 브랜드는 오래가지 않는다

by 이니프

로컬 브랜드 붐, 그 이후


몇 년 전부터 ‘로컬 브랜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농촌 마을의 굿즈 프로젝트

동네 이름을 딴 커피 브랜드

폐교를 리모델링한 체험형 공간


지역 자원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감각적인 콘텐츠와 함께 SNS에 노출되면
도시 소비자는 "이 마을, 요즘 힙하더라"라고 반응한다.
그런데 1년 뒤, 그 브랜드는 대부분 사라진다.


로컬 브랜딩 프로젝트, 평균 지속기간 1.8년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문화진흥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주도의 로컬 콘텐츠/브랜드 프로젝트의 평균 지속기간은 1.8년. 3년 이상 유지되는 경우는 10건 중 2건도 되지 않는다.

단기성과 중심의 공공사업 구조와 시장 내에서의 생존 역량 부족이 겹쳐지며 대부분의 로컬 브랜드는 ‘프로젝트’에서 ‘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실패의 원인 ① 그림은 있지만 구조가 없다


로컬 브랜딩이 자주 실패하는 첫 번째 이유는 콘셉트는 있으나 구조가 없다는 것이다.

로고와 패키지는 감각적이지만

고객 흐름, 공급망, 생산 주기, 원가 계산은 대체로 비어 있다.

한정판 중심으로 운영되며, 반복 가능성이 낮고, 재고 부담도 크다.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아니라
"한 번 하고 끝나는 캠페인"이 되기 쉽다.


실패의 원인 ② 지역성과 시장성이 충돌한다


‘로컬다움’을 강조하는 브랜드일수록 지역성과 시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쉽다.

지나치게 지역 정서를 강조하면 외부 소비자에겐 거리감이 생기고 반대로 도시 트렌드만 따라가면, 지역 주민에겐 이질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만든 친환경 굿즈 브랜드는 서울에서는 반짝 판매됐지만, 정작 마을에서는 단 한 명도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실패의 원인 ③ 브랜드는 관계인데, 관계가 없다


브랜딩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많은 로컬 브랜드는 지역 주민과의 관계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소비자와의 접점도 SNS 콘텐츠에만 머무른다. 지속 가능한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 / 오프라인 커뮤니티 / 일상적 인터랙션 구조다.
이런 기반 없이 만들어진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로컬 브랜딩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


1. 시장 진입이 아닌 생활 침투

파는 것보다,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계해야 한다.

‘로컬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이어야 한다.

2. 콘셉트보다 구조 중심의 설계

브랜드 디자인 이전에 공급망, 가격 구조, 생산주기, 수익모델부터 정교하게 구성해야 한다.

감도보다 생존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

3. 브랜딩이 아니라 관계 설계

주민, 생산자, 소비자와의 관계를 콘텐츠 이전에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오래도록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로컬 브랜드는 유행이 아니라 지속이어야 한다


로컬 브랜딩은 지역의 이미지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기획한 로컬 프로젝트는 빠르게 뜨지만 빠르게 꺼진다.
지역 안에서 설계된 로컬 브랜드는 느리지만 오래간다.

이제는 그 차이를 구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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