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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 were there Dec 24. 2020

[프롤로그] 격리라니...

2020년 말 격리 속 나들의 이야기 - 00

2020년 말 격리 속 나들의 이야기 - 01

"아침에 일어났는데, 동거인이 갑자기 발열 증상이 있습니다. 단순 감기일 수도 있지만 선별진료소에 다녀오고 집에 머물다 다시 상황을 공유하겠습니다"


화요일 오전 7시 30분. 출근을 위해 기상까진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 메신저가 울렸다. 직장 동료가 가족 구성원의 증상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조심하겠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마침 전국적으로 선별진료소가 늘어나 검사하는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시고 다녀오라고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참고로 난 하루 전 그와 두 시간가량 회의를 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그와 회의를 했던 3인은 연락을 받은 수요일 자발적 재택을 실시했다. 재택 중 전해오는 소식들은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동거인은 열이 있지만 그는 열이 없다고 한다. 사람이 몰려 검사 결과가 24시간 후에 나온다고 한다. 24시간 동안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니 뭔가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목요일 오전, 밀린 일이 많아 회사에 나갔다. 직주근접이라 걸어서 출근하여 근무를 시작했다. 점심이 지난 즈음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아주 조금 미열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심상치 않다. 소식을 들은 후 이미 출근해 있던 함께 회의를 한 또 다른 이가 갑자기 자기도 조금 아픈 것 같다고 한다. 또 심상치 않다. 심상치 않음의 연속이라니... 회의 참여 삼인방을 포함하여 자체적으로 그와 월요일, 화요일 밀접 접촉한 듯한 구성원들은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기로 하고 다들 짐을 싸서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게 난 회사에서 1km가량 떨어진 선별진료소에 갔다.


115번.... 오후 3시가량 도착했고 난 115번이라는 번호가 되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쉴 틈도 없이 우리의 코와 입을 면봉으로 후볐다. 줄 서 있는 동안 그들은 번갈아 길게 선 줄을 살폈다. 그들의 힘듦이 느껴졌다. 내 앞에 114명의 코와 입을 후볐을 텐데 뒤로 114명이 더 기다리는 듯하다. 괜한 미안함이 한가득이다. 115번인 나는 시키는 대로 코와 입을 내어주고 검사를 완료했다. 또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을 사 먹고 싶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데, 메신저가 울렸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격까진 아니지만 적잖이 놀랐다. 코로나19와 함께한 10여 개월 동안 이상하리만치 내 주위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었다. 아니다. 어쩌면 친구의 친구 정도는 있었을 테고 사촌의 사촌 정도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하지만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터져 나오는 12월 드디어 내 곁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렇게 난 준비 없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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