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이 정리가 안될 때 실컷 울었다. 서른이 넘어서도 그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실컷 울고 나면 개운하고 마음도 추스러지고 생각할 시간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울다가 마음이 진정되면 몇 자 적어보기도 했다. 적어본 걸 보면 당면한 문제에 대해 깊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해결책을 생각해내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면 한걸음 성장해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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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 집 안의 물건처럼 비우지 않으면 마음에 쌓이게 된다. 심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단순하게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은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했다는 뜻이다. 마주하기 싫지만 그 감정을 완전히 받아들였을 때 남아있던 감정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 남겨있는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언제 그 감정이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괴롭지만 그때로 돌이켜서 외면했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여서 풀어내야 한다.
꺼내고 싶지 않은 감정을 굳이 지금 다시 들춰내서 대면해야 하는 것일까?
감정을 비우기 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꼭꼭 숨겨둔 감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것 같다. 하지만 묵혀둔 감정을 비워내지 않으면 그 감정들로 인해 나의 인지가 왜곡되기 시작한다.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한 번씩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지 않은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알면서도 계속 외면하게 되는 이유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힘겹기 때문이다. 상처를 더 심하게 받을까 봐 감정을 무시하거나 모른 체하는 방법으로 방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하수 취급한다. 흔히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항상 참아야 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면서 늘 좋은 감정만 있을 수 없습니다.
나의 경우, 직장생활을 하면서 기분 안 좋은데도 좋은 척, 화가 나는 데도 참는 척, 수치심을 느꼈는데도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게 나의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갔을 땐 더 끔찍했다. 감정을 참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큰 아이에게 화가 날 때마다 참으라고 하는 잘못된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정말 참다가 분노를 터뜨렸고 결국엔 화를 조절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나중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게 되어버렸다.
나는 스스로 감정을 꾹꾹 누르고 담기만 했지 풀어낼 줄 몰랐다. 감정을 참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내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지. 참고 외면하는 게 능사가 아닌데 말이다. 아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감정을 정리하고 다스리는 방법이 터득해야만 했다.
우선, 나는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참으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앞으로 참지 않아도 된다고 화가 나타나거나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그대로 말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대신 그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거나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앞으로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선생님께 이야기하거나 저에게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선생님께 이런 상황을 미리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아이가 감정에 대해 이야기 말할 땐 잠시 아이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진정이 된 후에는 선생님과 잠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나와 있을 땐, 아이와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기로 약속을 했다. 산책 후에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토닥여주기로 했다.
‘내가 지금 화가 나있는구나.’ , ‘내가 지금 슬프구나.’
물건을 정리하는 것처럼 감정에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항상 자신의 기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감정을 풀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감정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순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감정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그 자리를 떠나 맘껏 울어버리는 것도 좋다. 혹은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도 좋다. 초조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 마음이 조금 추 스러지고 진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껏 풀어낸 뒤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적어본다. 글씨로 써도 좋고 컴퓨터의 타자를 쳐서 적어도 좋다. 글씨보단 타자를 추천한다. 타자를 치면 오타는 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뒤엉켜진 생각들을 빠르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어떤 말이든 적어서 감정을 글자로 풀어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을 받아들이되 적는 것으로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글로 적어내면 감정이 문자로 표출되고 한층 더 진정이 된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적은 것을 훑어봄으로써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다시 한번 검토해볼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왜 그랬는지 원인이 파악된다면 그 옆에 감사를 적어보는 것도 좋다. 감사할 만한 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적어보고 실천했다는 것에 대해 감사를 적어 본다. 감사하는 것을 적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고 유치해 보이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적어보면 문제를 직면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손해다. 문제를 감사로 적용하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에 맞서 받아들여야만 마음에 응어리가 없어지게 된다. 순간적으로 고통스럽지만 감정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이 좋다. 감정에 무관심하고 무덤덤해지지 말고 있는 힘껏 그대로 받아들인다. 불편하면 불편하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다. 등 스스로 감정에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가 빠르게 걷거나 울거나 몸을 움직여서 풀어낸다. 글로 곱씹고 곱씹어 보는 것도 좋다.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글로 써본다. ‘쓰다 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인해 삶을 피폐하게 만들 이유는 전혀 없다. 감정도 쓰레기 비우듯이 탈탈 털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심플하게 하는 일은 감정을 받아들이고 잘 비워내는 것이다. 감정을 피하지 말고 잘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찜찜하고 불안한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나중에는 더 비워낼 게 없는지 스스로 꼼꼼하게 감정을 돌아보게 되는 여유도 생기게 된다. 스스로 너무 돌아보는 게 너무 힘들다면 심리상담가를 찾아가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비워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도 감정이 비우기 힘들다면 어쩌면 시간이 답인 경우도 있다. 그 시간을 온전히 감내하시는 것도 좋다. 결국엔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에 대해 글을 남기는 것은 나처럼 감정 비우기를 힘들어하고 계신 분이 있을 것 같아서이다.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 이 순간도 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된다. 이 시간을 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면서 감정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잘 되지 않아 보여도 모든 면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위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