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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재 Mar 26. 2016

선택의존중, 응원

큰고모와 통화

카페에 앉아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라는 책을 읽고 있다. 카페의 노래소리와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 그리고 웃음. 나는 이들을 뒤로한채 이어폰을 꺼낸다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 나는 아름다운 선율을 입은 글에 매료되어 쉽게 책속에 빠진다.


한장 그리고 또 한장 그렇게 몇장의 페이지를 넘겼을때 순간 피아노 소리가 빠르지만 서서히 사그라진다.그리곤 찾아오는 수신음, 아쉬움을 뒤로한채 핸드폰을 바라본다. "큰고모"


무슨일이지??

걱정과 의아함 보다는 반가움이 더 컸다.


"여보세요!"


"어~영재야~"


"네 큰고모!"


"아니~ 뭐 그냥 전역하고 뭐하고 지내나 해서"


"아아... 그냥 있죠!"

큰고모의 목소리는 상냥하다.

"아...그래?? 공부한다고 들은것같은데??"


나는 이 질문이 나오리라고 알고 있었다.

나는 대학교에 흥미가 없었다. 나의 적성과 하고싶은것을 배제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이다.주위의 비슷한 친구들이 그렇듯 물흐르듯이 나는 입학하여 한 학년을 다녔다.그리곤 군대에 지원하여 입대를 하였고 그 속에서 생각을 해봤다.


내가 관심 없는것을 왜 배워야 할까?

내가 나중에 전공을 살릴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일까?

한 학기에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

400만원으로 내가 얻은것은 무엇이지?

긍정적인 대답을 찾긴 어려웠다.


결국엔 내가 얻는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이유를 알았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나는 글쓰기와 책을 선택했다.전역후에 이 선택을 아버지에게 전하자, 한부분은 수용을 하시고 한부분은 바로 묵살 하셨다. 당장 공부를 다시 시작 하라고 하신다. 아버지가 힘이 있을때 빨리 시작 하라고,힘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머리는 이해를 하는데, 마음이 안따른다. 사실 무엇보다도 아직 내게는 공부할 명분이 없었다. 목적없이 공부를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아직 난 공부를 할 마음이 없다.


당당하게 말한다.

"아니에요! 안하고있어요!"


"아~그래? 그럼 앞으로 뭐할건데? 계획같은거 있어?"


나도 모르게 숨긴다.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냥 하고 싶은것들 하려고 해요!"


"오~ 정말?? 하고싶은게 뭔데?"


뜸을 들이다 그냥 사실대로 말한다.

"책좀읽고 글도 쓰고 싶어요!"


잠시후 큰고모가 대답한다.

"오~진짜?? 그래 하고싶은것 해~ 책속에 길이 있다잖니"


마법같이 긴장감과 두려움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예... 근대 많이 나태해진것 같아요"


"응? 왜?"


"제가 처음에 책과 글쓰기를 택했을때의 다짐과 포부들이 있었는데 지금의 저를 보면 많이 부족해요"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이내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호호호~ 야 있잖아 사실 큰고모도 요즘 자격증 시험 준비하고 있어"


"아 정말요? 무슨 자격증이요?"


"있어 공부해서 따는거~"


"아...네!"


"있잖아~, 내가 늦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져도 포기하지 않는것이 가장 중요해. 남들은 한번에 되도 우리는 두번 세번 노력하면 되는거야~"


"아...네!! 맞는 말이에요!"


"그래... 이왕 하는거 열심히 해봐~"


"네!! 감사합니다! 저도 큰고모 응원할게요~하하"


"호호호 그래~ 고마워~"


"제가더 감사하죠"


"호호호호~ 그래에~ 알겠어~ 다음에보자~"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도 멍때리며 화면을 바라본다 신기하다. 나는 원래 내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 놓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 속으로 앓았으면 앓았지, 근데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을 털어 놓았다.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내겐 선택의 존중과 응원이 필요 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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