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야기를 하다가 뜻밖의 제보를 말하는 사람도 모르게 받는다. 한 학교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휴대폰 수거와 학교 인권의 상관관계까지 나왔다. 그 교사는 휴대폰을 걷어야 한다면서 얼마 전에 특정학교 명을 거론하며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휴대폰으로 바카라와 토토를 하다가 걸렸대요” 이 말이 툭하니 나왔다. 휴대폰을 더더욱 걷어야 한다는 논리로 나름 답변하다가 말한 것이다. 그 제보를 편집국에 전달했고, 오늘자 옥천신문 1면에 ‘학생도박 중독, 170만원 갈취하는 2차 폭력으로 번져’라는 기사가 나왔다.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다. 기사에는 사이버도박사이트가 계좌와 명의만 확인할 뿐 별도 성인인증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 한 반에 25%가량이 보통 한다는 것, 일본과 독일 월드컵 경기에서 8배 딴 친구도 있었다는 점, 사이트 가입과 동시에 기본 포인트를 주고, 지인을 추천하면 또 포인트를 받아 끌어오게 한다는 점, 이 도박이 불법 대출과 연동된다는 점, 바카라 10분에 5천만원 베팅하고, 학생들끼리 이자놀이를 하며 돈을 빌려주는 것까지 곪고 곪아 있었다.
#2.기름값이 40%급등하면서 칼바람에 힘든 에너지 빈곤층 이야기도 1면에 담겼다. 난방비 지원은 미미하면서 생색은 오지게 내고, 단열 등 주거개선 대책이 본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청춘학교 동이면 조령2리가 시인의 마을로 변신했다는 기사도 한판을 차지했다. 시들이 참 인상적이다. 여든살 조정자 할머니의 시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내가 죽었다고 야단이었다. 아침밥상 치우고/방에 들어오니 불이 꺼졌다/ 셋째야 전기가 나가서 어떡하냐/나가서 차단기 올려봐요/ 거실로 가보니 연기가 자욱/ 아이쿠 큰일났다/ 창문열고 윗 새재로 도망했다/ 벌벌 떨며 쪼그려 움직이질 못했다/ 소방차 사람들 소리 요란하더니/ 조용해 내려왔더니/동네 사람 모두가 만세를 불렀다/내가 살아왔다고’ 군더더기 없는 단어들이 그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해준다.
#3.강물이란 여경자 할머니의 시는 어떤가. ‘어제는 밤새 비가왔다/강물이 많이 불었다/ 청성에서 오는 냇물과/무주에서 온 물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힘자랑 하느라/ 마을이 야단이다’ ‘아들’이란 제목의 시도 좋다. ‘오늘도 내 아들이 왔다/그런데 바쁘다고 바로 갔다/아들 내외 싣고 나는/자가용 꽁무니가 너무 서운하다’ 강선예 할머니의 멧돼지 시는 유머러스하다. ‘이른봄부터 심어놓은 옥수수를/밤마다 멧돼지가 다 먹어치우네/ 먹을만큼 먹고 나가지/누가 밭을 갈아달랬냐/ 돼지야 돼지야/이제는 그만 먹고/ 우리도 먹게/멀리멀리 가거라’ 이 짤막한 시에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풀뿌리 지역신문은 이래서 읽을 맛이 난다. 내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내 삶의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기 때문이다.
#4.바로 어제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78살 이원면 지탄리로 귀촌한지 6년차인데 1천평 대추농사를 지었는데 완전히 망쳤단다. 어떻게 하나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땅을 임대한 땅주인이 오며가며 농사짓는 모습을 보았던 모냥이다. 대추나무를 심었는데 대추가 정말 콩알만하게 달린 것을 보고 내심 안쓰러움을 느꼈던 것. 1천평의 연 임대료가 250만원이었는데 다시 임대료를 지불할 시점에서 100만원을 성큼 깎아주는 것 아니던가. 올해 농사를 보니 아무래도 힘드실 것 같아서 깎아드렸다는. 그래서 뒤늦게 농사를 시작한 이 어르신은 감동에 감동을 거듭한 모양이다. 옥천신문 구독자라며 전화를 주셨다. 미담 사례가 있는데 취재가 가능할까요? 반쯤 달뜬 목소리로 반쯤은 조심스런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노인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촉촉하게 적시어졌다. 요즘 세상에 이런 땅 주인이 어딨습니까. 꼭 신문에 소개를 해주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5.어제 대전 유성 쯤 호남고속도로 부근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분이 전화를 하셨다. 거기서 제네시스 차량이 크게 접촉사고를 냈는데 한 사람은 나와서 경황없이 뭐라 뭐라 말을 해서 제 지인이 갑자기 내리더니 차량 안을 살펴보고 차안에 기척이 없는 사람을 간신히 끄집어냈어요. 그리고 흉부압박으로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려냈답니다. 맨처음에는 맥박도 뛰지 않았거든요. 이 사람이 살려낸 거에요. 취재가 가능할까요? 그럼요. 당연하죠.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그래서 신문사에서 만났다. 44살 지역에 사는 분이다. 모범운전자협회에도 가입되어 있고 현재는 오톤 차량 운전을 하는데 평소 배웠던 구조기술로 발빠르게 조치를 했단다. 계속 흉부압박을 하다보니 숨이 되돌아오고 입 안에 침이 흘린 것을 보고서 정말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사람 좀 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고 했단다. 하지만, 뉴스를 검색해보니 이와 관련한 것은 하나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 신문에 날 일까지는 아니라고 손사래쳤지만, 어찌 귀한 소식이 아니겠는가.
#6.이런 제보들이 실시간으로 매일 오다시피 한다. 정말 이게 뉴스가 될까 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노크하는 사람도 많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하찮은 뉴스는 없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든 소식은 다 귀하다. 뉴스의 문턱을 낮추는 것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언론사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언덕위에 있지 않고 드나드는데 동네 사랑방처럼 누구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버스 종점에 위치한 옥천신문은 그런 곳이다. 목 마른 사람 누구나 와서 목을 축일 수 있는 곳이고, 배 고픈 사람 누구나 와서 글의 양식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말의 우물, 글의 곳간이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말과 글을 지켜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말과 글은 절대 돈과 힘에 의해 좌우되서는 안 된다. 평평한 곳에서 누구나 와서 말의 물과 글의 양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풀뿌리 언론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7.옥천은 옥천신문이 있기에 매주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넘실대고, 지역의 공론장에 같이 고민해야 할 이슈들이 산적한데 건강한 풀뿌리 언론이 없는 곳은 그야말로 목소리들의 화장터이다. 억울하고 힘없는 약자들의 목소리가 죽어간다.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이 공고하고 목소리 하나 비집고 나올 틈 없이 매말라 죽어간다. 지역 자결주의로 33년 전 옥천이 그러했던 것처럼 주민들이 돈과 마음을 모아 군민주 신문을 창간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예나지나 녹록치가 않다. 여러 걸림돌을 헤쳐 나가야 하고, 스스로 비빌 언덕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저항과 투쟁의 공동체와 대안과 건설의 공동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느 한쪽을 버리고 어느 한쪽이 잘 될 수 없다. 지역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아카이브의 기능을 한다는 것, 삶터의 공론장을 재건하며 풀뿌리민주주의 싹을 틔우게 한다는 점에서 지역공동체 운동에서 풀뿌리 언론은 선택 영역이 아닌 필수 영역이다. 33년 옥천신문의 농축된 지혜를 갖고 다른 지역에 작은 풀씨를 이식하는 작업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풀뿌리 공론장을 지키는 원탁의 기자단을 모집하고 있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서 자본과 권력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힘없고 돈없고 백없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것이 어렵고 힘든 시대에, 구태와 무능이 찌든 지역에, 부조리와 부패가 판을 치는 농촌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