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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토박이말, 풀뿌리언론에서부터 살려내야

지자체-교육지원청-문화원-풀뿌리언론이 제도적 고민 필요

by 권단

날망, 고샅, 나싱개(냉이), 호무시(논메기의 만물을 끝낸 음력 7월 백중 무렵 날을 받아 술과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노는일) 이런 말들은 보통 7-80대 충청도 옥천 노인들이 주로 자연스럽게 하는 말들이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하지만, 듣는 신입 기자들은 정말 외계어를 듣는 것과 같다. 한참 설명을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이 정말 많다. 말로써 유추도 되지 않을 뿐 더러 기나긴 설명을 듣거나 그 말뜻을 안 사람의 통역이 있고나서야 이해가 가능한 말들이 즐비하다. 이 지점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쉽게 풀어써줄 것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표준어로 고쳐써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대로 사투리 입말을 살리고 각주를 붙여줄 것인지 기자도 고민하고 데스크도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택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사투리 입말을 그대로 살리고 각주를 달아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점점 사라져가는 고유어이고, 토속적인 우리말이고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전해져 내려온 지역어이기 때문이다. 사투리도 그나마 많이 써서 익숙한 사투리가 있고 단어의 어감에서 연상되는 사투리가 있다. 이마저도 학습이 된다면 다행인 일이지만, 연상될 수 없는 사투리는 잊혀져 가기 십상이다. 알아듣기 어렵다 보면 자주 안 쓰게 되고 사어가 되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줄창 배우면서 지역의 고유어는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점점 사장시키는 것은 맞는 일일까. 특히 지역 언론이나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어를 자주 살리고 통용되게 하는 일은 그들이 많이 쓰고 전파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이를 연구하는 학자와 연구소가 있어야 하고, 2차적으로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자주 쓰며 더불어서 국가나 지자체에서 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땀과 눈물이 베어있는 토속어들은 한 세대가 지나가면서 순식간에 사장될 것이다.

정말 신입기자들을 데리고 어르신들의 옛 이야기를 들으러 동행취재를 하다보면 절반 이상은 못 알아듣는다. 단어를 모르니 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올바른 취재가 될 리 만무하다.


옥천사투리라고 다 똑같지 않다


‘다슬기가 많이 잡히는 강변’보다 ‘도슬비나 올갱이가 사묵 잡히는 갱변’보다 ‘시어머니와 나눠먹던 작은 옥수수’보다 ‘샤무니와 농가 먹던 짠쪼가리만한 강냉이’가 어감이 틀릴 수 밖에 업다.(월간옥이네 2022년 9월호)

옥천 사투리라고 해도 고개 너머가 다르고 면마다 또 다르다. 통으로 옥천 사투리라고 부르기에도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이다.

가령, 군북면 추소리에서는 ‘다슬기’를 도슬비로 마을을 ‘말’이라 발음하고, 고개를 몇 번 넘는 청성면 합금리에서는 다슬기를 ‘올뱅이’라 하고 두메를 ‘드매’로 산골을 ‘골짝’이라 말한다. ‘피곤하다’를 ‘대근하다’로 ‘사묵’은 아주 많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사투리도 물론 있었다. 월간 옥이네에서 9월호에 다룬 85살 안복임씨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자. ‘나는 스물여섯에 합금리로 시집을 왔어. 다들 늦었다구 그라는디 먹구 살구 시집가는데 이 골짝에서 나이가 문 상간이여. 고생하는 건 똑개트지. 나는 가매도 안 타고 걸어서 말재루 해서 이 집까지 왔어. 한 칠십리 쯤 될 라나 발 빠른 사람이면 아마 반나절이모 갈랑가? 나 젊어서는 뭐 영동 심천장까지 삼십리슥 걸어댕깄어, 머 심덜다구. 그게 그까이꺼 뭐 맴 먹으면 금방 대니지. 시집을 와보니께 이 동네 살기 드러워. 깝깝하구 글치. 저 산이 동네를 둘러 친걸 봐. 저 높은 산 넘어서 삼십리쓱 걸어나가서 도루 걸어오는데 여가 자랑할 노무가 어딨겠어. 장애 갈래문 큰 배타구 댕기구 여기 강을 또 건너가야 햐. 심천이루 이온까지두 배타구 나갔승께, 배 안타문 모 누군 날러대녀.?’

월간 옥이네 2022년 9월호는 옥천사투리, 생애구술 특집이라 특별하게 입말을 그대로 살려실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문이나 잡지에 입말 그대로 이렇게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글프로그램에 빨간줄과 맞춤법을 돌리면 다 고쳐야 할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입말이 통용되려면 사실 많은 각주가 필요하다. 아니면 감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래도 40년 정도는 감으로 할머니한테 들은 게 있어서 커버가 된다지만, 50~60년을 넘어가는 나이차이면 통역 조차 불가하다. 전라도닷컴처럼 꾸준하게 사투리 그대로 잡지를 내는 곳도 있지만, 이는 여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지 않다. 옥천 사투리는 ‘~해서루’, ‘~해가지고서루’로 말하는 것이 옥천 말 특징 중 하나이다.

사투리는 단지 말 뿐만 아니라 고유 지명도 살려내는 일이기도 하다. 골짝마다 고개마다, 마을마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순 우리말 지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새도로명 주소의 강제로 점점 잊혀져 가는 추세이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마을 이름도 모르고, 금방 만들어낸 싸구려 조어 느낌의 거리이름으로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겨운 옥천사투리’를 낸 저자 조도형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옥천은 예로부터 교통의 중심지이자, 역과 참이 존재해 인근 지역과 활발히 교류하던 지역이었기에 당기다 – 땡기다처럼 전국적으로 쓰이는 사투리가 함께 사용되고 오일장과 금강, 여울 등으로 생활권역이 나뉘어 같은 옥천말이라도 사용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 특징 중 하나, 안내-안남(동이면 일부), 청산-청성(동이면 일부), 군북, 군서, 옥천-이원 등 각각의 생활권역에 해당하는 발굴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이 아쉽죠.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안내와 안남은 안읍현으로 묶여 있었으니 오랫동안 같은 생활권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요. 군서는 옥천 내부 교통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주로 인접지역인 충남 금산과 교류했을 가능성이 있고, 금산은 전라북도 완주, 진안 등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으니 그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청산과 청성은 영동과 경북 상주와 인접해 또 다른 권역을 형성하고 이원과 옥천은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요’

옥천읍에서는 주로 올갱이라 부르는 것을 군북면 추소리에서는 도실비라고 부르고, 청성면 등에서는 올뱅이라 부르는 것의 차이가 있다.


정지용 시인도 사투리를 작품에 썼다.


정지용 기행산문 ‘다도해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배가 점점 가까이 다가감을 따라 섬의 불빛이 늘어서기를 점점 넓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섬에서도 전등 불이 켜진 곳은 실상 그 중에서도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요. 그 중에도 술과 담배나 울긋불긋한 뺨을 볼퉁히 하고 있는 사탕개나 사슴이나 원숭이를 그린 성냥갑이나 파는 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중략) 그 외에 개짐생이나 나무나 할아버지 손자, 형수 시동생 할 것 없이 불도 없이 거믄 바닷소리와 히유스럼한 별빛에 싸이어 자는 어촌이 꽤 널리 있을 것입니다’ 볼퉁히는 볼록하게 라는 뜻의 옥천 방언, 개짐생은 짐승이라는 뜻의 옥천 방언, 히유스럼한은 안개낀 듯이 희뿌연한 옥처 방언. 희읍스름하다에서 온 말로 유추한다.

정지용 시와 산문의 지역성을 연구한 김묘순 박사는 “사탕개라는 단어는 사전을 뒤적여도 안 나왔으나 이원면의 이현무(당시 83세) 어르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탕개는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개를 뜻하는 것이다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월간 옥이네 2022년 9월호)


자연마을 지명도 점차 사라져 간다


진벌, 목사리, 더디기, 농막, 황촌 등 자연마을지명은 행정편의주의적으로 행정리동, 법정리동으로 묶이더니 최근에는 도로명 주소로 바뀌어버렸다. 공간적 의미를 되새기지 못하고 앞글자만 따서 붙이거나 1리, 2리 등 숫자를 만들어 붙이는 법정리동, 행정리동을 만들어버리더니 이제 마을 이름 자체를 소거해버린채 전혀 알다가도 모르는 도로명을 만들어서 1길, 2길 해버린다. 그게 입버릇처럼 달라붙다 보니 이제 마을 이름조차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옛날에는 그 자연지형과 사람사는 모습을 바탕으로 마을 이름을 지었고, 고샅고샅, 골짜기, 고개마다 그것만의 고유의 이름이 있어서 나무도 하러 다니고 천렵도 다니고 여울도 건너다니고 했다. 다락골이니 괴생이니 이런 마을 이름과 서낭고개, 질마재, 비들목이라는 고개 이름과 함티여울, 지탄여울 등 여울 이름 등은 그런 연유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하지만, 면 이름도 방위를 써서 동서남북으로 가져다 붙이고, 1리,2리 숫자로 붙여진 이름과 앞 글자만 따서 조악하게 합한 마을이름도 참 안타깝다 싶었는데 이제 마을 이름 자체를 없애는 도로명 주소라니. 이는 지역의 공간과 장소성을 파괴하려는 행위가 아닌가 걱정될 정도이다.



지역어 보존 육성에 관한 조례가 필요하다


2015년 10월6일에 제주특별자치도 국어진흥조례가 만들어졌다. 이 조례 19조에는 지역어 보전이란 항목이 있다. 도지사는 국어기본법 제4조 1항 및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에 따라 제주자치도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상징하는 제주어를 보전하고 발전하여야 한다고 1항에 되어 있다. 2항에는 도지사는 제주어 실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는 2022년 12월30일 시행됐다. 국어진흥조례보다 더 명확하게 제주어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조례 1조에 나와있는 목적은 분명하다. ‘이 조례는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보전과 육성을 통하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이를 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향토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제4조에 ‘도지사는 제주어의 보전과 전승을 위해 5년마다 제주어 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8조에 따른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의 심의를 미리 거쳐야 한다. 기본계획에는 1.제주어 정책의 기본방향과 추진 목표에 관한 사항 2.도민의 제주어 능력 증진과 제주어 사용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3.제주어 정책과 제주어 교육의 연계에 관한 사항 4.제주어 선양과 제주어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전에 관한 사항 5.제주어의 관광자원화에 관한 사항 6.제주어의 정보화에 관한 사항 7.제주어발전을 위한 민간부문의 활동촉진에 관한 사항 등이 있다.

11조(제주어 문화의 확산)에는 ‘도지사는 바람직한 제주어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언론매체, 공공기관의 전광판 등을 활용한 홍보화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제주어 문화확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11조의 3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설치 또는 발간하는 문화, 관광 안내판과 관광안내 책자에 제주어를 병기토록 하여야 한다.

12조(제주어의 보급)에는 도지사는 제주어를 배우려는 사람을 위하여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교재를 개발하며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제주어 보급에 필요한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

14조에는 제주어 보급을 위한 교육사업, 홍보사업, 체험 및 문화, 관광자원화 사업, 활용문화 창작사업, 보전과 전승을 위한 행사개최 사업을 할 수 있고 매년 10월 첫째주 금요일부터 1주일을 제주어 주간으로 하고,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제주어 연구소와 박물관을 설치 운영할 수 있다. 사실상 조례의 가장 발전적 형태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제주도의 국어진흥조례에 따라 만든 조례들이다. 아산시(2016), 창원시(2022), 증평군(2016), 대구광역시(2019), 함안, 통영, 광양, 남해, 고창, 부산, 당진, 부여, 정읍, 충남도, 합천, 울산, 광주, 경남도, 대전, 여수, 거창, 전주, 서울 등이 되어 있다.

옥천군도 2019년 10월15일에 ‘옥천군 국어진흥조례’를 만들었으나 제11조에 군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상징하는 옥천군 지역어를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을 뿐 제주어처럼 사업이나 연구소, 박물관 등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강릉시와 사천시 조례는 주목할 만 하다. 조례 제목이 제주어처럼 정확히 명시를 하지 않았지만, 지역어를 조례 제목에 삽입한 것이다. 2020년 9월29일 강릉시는 강릉시 국어진흥 및 지역어 보존,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12조에 지역어 발굴 및 보급 조항을 넣고 언론매체, 공공기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홍보, 교재 개발 및 활용, 교육과정 개설 및 프로그램 운영, 연구소 설치 조항 등을 넣었다. 2023년에 조례를 제정한 사천시도 마찬가지다.


언론, 문화계에서도 토박이말 제자리찾기 필요


제천시 청풍호 자드락길에는 2011년 12월 설치된 사투리 안내판이 있다. 통영 동피랑에는 사투리로 시를 쓴 벽화가 있다. 제주도는 2017년부터 지역문화재와 관광지 안내판에 제주어 병기를 의무화했다. 제주, 전라도 쪽에는 사전을 다 만들었다. 전라도는 전남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사투리사전<전라도말모음>이라고 정현창씨가 이를 펴냈다. 어린왕자의 전라도 버전과 경상도 버번이 각기 전주 출신의 심재홍 작가와 경북 포항 출신의 도서출판 이팝 최연애 대표가 이를 펴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방영한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제주도 사투리를 썼고 표준어 자막으로 이를 해석했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방언의 발견’이란 책에서 ‘표준어는 식민지를 개척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나 그러한 제국주의로부터 독립을 모색하려는 피식민국가 구성원 모두가 그 필요성을 인정한 서구적 근대화의 산물로 한국 전역의 사투리는 그리 큰 저항 없이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2022년 전남문화재단과 경북문화재단은 5분 이내 영상작품을 공모하여 제1회 영호남 사투리경연대회를 개최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과 전라도 닷컴 또한 지난해 10회 째인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2020년 1월25일에 <사투리 뉴스>란 코너로 ‘홍매화가 벌써 천지빼까리!, 지금 겨울 맞나?>는 뉴스를 만들었고, 2월5일에는 ’부산에 개미 코때까리 만큼 오던 눈 이제는 아예 엄따>는 뉴스도 2월20일에는 <부산에는 와 이리 굴다리가 많은교? 왜냐면예> 4월25일에는 <머라카노? 부산 동물원 또 문닫는다꼬?>라고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사투리로 방송을 하고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사투리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기에 사투리로 글을 쓰고 방송을 한다는 것은 낯설고 생경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토박이말, 토속어를 연구하여 발전시키는 일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지명부터 쓰는 말까지 그 지역의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투리는 왠지 촌스럽고 쓰지 말아야 되는 것 마냥 인식되어서 일상어가 아닌 독특한 한 분야로 자리배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식을 바꾸고 지역어를 어떻게 일상언어처럼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언론도, 지자체도, 교육지원청도 함께 해야 한다. 제주어 조례처럼 지금이라도 토속어를 발굴하고 전파하며 교육시키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명과 언어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강제적이고 획일적이었던 표준어 정책을 이제 물리고, 다채로운 지역어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더욱이 말과 글을 계속 내뱉는 언론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는 제주어 조례를 바탕으로 한 조례를 만들어, 연구소-박물관까지 설립하는 노력과, 교육지원청은 교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지역 문화원은 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굴하며, 언론은 이를 일상적으로 기사나 콘텐츠로 전파하려 노력한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살고 있는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더 이상 비하하거나 천시, 부정하거나 배반하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고 자긍심과 자부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은 언론에서 먼저 시작하고 추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로’, ‘세계로’의 구호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이 즈음에, 여전히 농촌을 떠나려는 탈출이 진행되고 있는 즈음에,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애착을 심어주는 토박이말의 살림은 중차대한 과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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