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참 머리가 지끈 아파오지요. ‘참여’도 요즘같은 바쁜시대에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시대정신이라 하니 따라가겠는데 ‘예산’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지요. 예산이라는 것이 결국 주민들 세금모아 어떻게 쓸 것인지 살림살이 가계부 쓰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을 터인데 왜 이리 머리가 아파오는지요. 그것은 통치자들이 관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본예산이 어떻고 추경예산이 어떻고 세출, 세입예산도 참 헛갈리는 판에 당최 어렵지요.
추경예산은 가을에 밭같 때 쓰는 예산인가? 헤헤 참 쉽지 않지요. 그런데 주민참여예산제를 자치단체에서 한답시고 이 어려운 것을 가르치려고 용을 씁니다 그려. 딱딱한 책상머리에서 백날 예산 전문가 모셔와서 가르쳐 봐야 하품만 나오지요. 꾸벅꾸벅 졸음만 오지요.
이게 뭡니까? 뭐하자는 작태지요. 주민들을 끌어내려 하는게 아니라 더 못 오게 방어막을 치는 것이지요. 주민참여예산학교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더만요. 학교는 무신. 그러면 안 되지요.
그럼 어찌해야 되냐구요? 알면서 왜 그러셔유. 다른 건 필요없구. 당장 생활권역에서 가장 필요한 공공의 사회서비스에 대해서 말 하는 자리가 되어야 겠지요. 불편한 민원 개선해야하는 자리가 되어야 겠지요. 그런 목소리 잘 경청하여 귀담아 듣고 예산 반영은 알아서들 하셔야지요. 물론 주민들과 계속 소통하는 자리는 필요하구 말구요.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이크를 돌려 주셔요. 특정인의 목소리만 커지지 않도록 해주시고 한명도 빠짐없이 소외되는 사람 없도록 신경을 써 주셔야 겠지요. 글 모르는 할머니들도 이제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도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지요. 그게 바로 만민공동회이고 시민의 광장 아고라 아니겠습니까. 주민참여예산제라는 말은 바로 이런 시민의 광장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안남 이야기를 하라 하니 또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안남에서 시작한 주민참여예산의 시초는 엄밀히 말하면 관에서 지금 실시하는 주민참여예산과는 다르게 시작을 했지요. 정책적으로 응해서 하기 보다 지역에 필요한 돈 스스로 모아 스스로 공론화하고 집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재원이 어디서 났냐구요.
바로 한과 설움이 서린 대청호, 마을과 고향 산하를 뚝딱 삼켜버린 호수에서 나온 셈이지요.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1980년 금강을 뚝 잘라 대청댐을 만들고 인공 호수를 만들었지요. 그 호수는 대전, 청주, 천안 등 250만 충청권 주민의 식수원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런 곳이에요. 그것 때문에 주민들이 사는 곳은 본의아니게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인 셈이지요. 옥천 사람들은 정작 그 물 못 먹는데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지네들 막 개발할 때 개발 못하게 막았지요. 뭐 지금에서야 좋은 환경 갖게 되서 참 좋다고 얘기하지만 일처리를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옥천 주민들 대청댐 만들자 했을 때 삭발하고 단식하고 들불처럼 다같이 일어나 투쟁했거든요. 어찌됐든 그게 만들어졌고 상수원 관리차원에서 환경부는 유역청을 만들고 하류지역 주민들에게는 물이용부담금을 걷고 그 중 일부를 상류지역 주민들에게 주민지원사업비란 명목으로 준 것이지요. 환경부가 물장사를 한 것입니다요. 이 돈은 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참 불만족하게 쓰였더랍니다. 내는 사람은 물이 깨끗해지기는 하는겨 라는 불만이 있었고 받는 사람은 이깟 돈 갖고 생색낸다고 욕이 나왔지요. 그 돈은 정말 마을마다 가가호호 배분되어 그 돈으로 김치냉장고도 사고 에어컨도 사고 농기계도 사고 그리했지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하듯 나눠진 것이 사실이지요.
옥천군에서 가장 인구가 작은 면, 1천500명 선도 얼마전에 무너졌지요. 여기 안남면 주민들은 고향과 마을 일부가 잠기면서 얻어낸 돈을 이리 쓰면 안 된다 생각했던 거지요. 우리 돈을 모아내자. 그 돈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자 했지요. 그렇게 이야기가 모락모락 나왔고 공론화되면서 2006년 말 주민지원사업비의 30%를 지역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쓰기로 결정을 합니다. 대략 매년 1억5천만원 가량 되지요.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누가 결정할거냐 이 논의가 남았지요. 전국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생활권역인 읍면동에 논의구조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반상회나 마을회의도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지요. 면단위 논의구조는 면장의 생각이 이장들에게 전해지면서 짧고 얇게 회의가 끝나는 식이었지요. 그래서 주민들은 좀 더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고민을 했지요. 일단 면내 12개 마을 이장과 마을회에서 추천한 마을위원 12명, 그렇게 모아진 24명이 지역에서 일할 사람들 12명을 뽑았지요. 거창하게 말하면 지역과 비례대표를 뽑은 것이고 상, 하원을 뽑은 것이지요. 지역에서 일할 사람은 농가주부모임, 새마을지도자회, 부녀회,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주민자치위원회, 적십자회, 체육회 등 대부분 활동하는 지역 사회 단체장들이 참여했지요. 그렇게 36명의 위원이 안남면 전체 일을 건사하고 주민지원사업비의 용도를 논의해서 결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면장과 공무원들은 옆에서 옵저버로 가만히 앉아서 듣고 그야말로 행정적인 지원을 했지요. 그렇게 시작된지 6년이 다 되어 가지요. 지금은 회의를 한달에 한번씩 꼭 하고 이주에 한번은 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체 점검도 하고 교육도 하지요.
사업비 어떻게 쓰였는지 참 궁금하시지요. 맨 처음 한 일은 삐까뻔쩍한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면의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같이 고민해보자. 우리의 주업인 지역 농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 내가 사는 농촌이 어떻게 해야 살기 좋아질지 고민을 모아보자 의기투합을 했지요. 그래서 농업은 지역농업네트워크에 농촌은 (주)이장에 컨소시엄으로 마을에 들어오라 했지요. 사업비만 맡기고 보고서만 받는 그런 컨설팅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되어 끊임없이 단도리를 했지요. 실행계획을 세운 겁니다. 2주에 한번씩 모여서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마을마다 순회하며 마을회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찐하게 이야기를 나눴더랬습니다.
무려 3년 동안 그렇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지요. 그렇게 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것을 하나둘씩 해 나갔지요. 주민들 다 모여 안남면 비전 선포식도 하구요. 해마다 면사무소, 도서관 등 지역내 잘 가는 곳에 스티커 붙이는 판을 설치해 지역발전위원회에서 공론화된 것들 중의 몇개를 적어내 주민들이 가장 필요한 것을 골라냈지요. 가장 먼저 이뤄낸 것은 마을 순환버스였습니다. 생활권역보다 큰 시군자치제를 하면서 모든 것은 시내 읍내 소재지 중심으로 발전했지요. 읍면의 버스는 더이상 생활권역을 순환하기 보다는 소재지로 직행하는 빨대 구실을 했지요. 장터에서 만난 어떤 할머니는 안남 배바우장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로 옥천읍내로 가는 시내버스가 생기면서 부터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주민들은 그러했는지 마을 순환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스티커를 왕창 붙였습니다. 할머니들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었지요. 안남 할머니들은 2002년 만들어진 어머니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자의식이 무쩍 높아졌지요.
그래서 버스를 구입하고 기사 인건비도 책정을 하려 했지요. 그런데 못하게 막은 것은 관이었습니다. 군에서는 옥천시내버스 지금도 적자인데 뭔 마을버스를 또 만들겠다고 그러냐고 안 된다 했고 금강유역환경청은 기사 인건비로는 지급할 수 없고 군과의 문제 때문에 섣불리 허가해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지요.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르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지요. 한참 어깃장을 놓았지만 그냥 그대로 포기할 주민들이 아니었지요. 밀어 부쳤어요. 주민 서명도 받고 군수 면담도 하고 할 방법을 꾸준히 강구했지요. 고민하다가 2007년 만들어진 배바우작은도서관 셔틀버스로 하면서 실질적인 마을 순환버스로 운영하기로 했지요. 그건 법적으로 가능했었거든요. 어째튼 일명 ‘꼬마버스 바우’의 탄생 비화는 이렇습니다. 그 꼬마버스 바우는 마을 할머니들의 소중한 발이 되었어요. 버스비도 무료이고 매 정해진 시간에 딱딱 서니 얼마나 편하셨겠어요. 만족도가 최고 였지요. 마을 순환버스가 생기면서 읍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보다는 이제 면에서 자주 만났지요. 면 소재지인 배바우 광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자주 나눴더랬어요. 그렇게 나누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 열리는 배바우 장터도 복원이 됐지요. 댐 수몰된 지 30년 만에 다시 복원된 감격의 장터이지요.
마을 순환버스 말고도 지역의 브랜드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었지요. 지역브랜드로 ‘살맛나는 공동체 안남’을 만들고 농산물 브랜드로 ‘행복방앗간 배바우’를 만들었지요. 이것도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통해 결정된 것이지요. 안남면은 그렇게 재미나게 주민참여예산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란 딱딱한 이름 붙이지 않아도 주민 평의회에서 공론화하고 주민들 스스로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하면서 지역의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고 있죠. 지역발전위원회 논의된 내용을 모두가 공유하려고 마을 신문도 만들었지요. 2007년 만들어진 배바우 마을신문은 중간 중간 결호를 내긴 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매달 타블로이드판 올컬러 8면으로 주민들의 소식을 실어나르고 있지요. 물론 무료입니다. 집집마다 다 배달되지요. 어떻게 무료냐구요? 맨처음 주민들이 모여 안남면 미래계획을 세웠다고 했잖아요. 그 계획으로 농림부에서 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응모를 했거든요. 재수를 한 끝에 선정되어 5년 동안 54억여원의 돈을 받게 됐지요. 원래는 5개 마을 권역사업으로 받았는데 5개마을만 사업하면 다른 마을 샘나고 서로 불편해지잖아요. 그래서 면 전체의 사업을 하기로 5개 마을은 결의를 해줬답니다. 이리하여 배바우 장터 사업도 배바우 마을신문 사업도 그 돈으로 건사하기 시작한 거지요. 그렇게 주민들이 모은 종잣돈은 이처럼 효용가치가 늘어났습니다. 바로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이지요.
옥천군에서 하는 주민참여예산제는 어떠냐구요. 안남의 사례에 비하면 빈약하지요. 군수가 쌈짓돈 처럼 쓰던 주민숙원사업비가 그냥 이름만 바뀌어 내려오는 것이지요. 주민참여예산제라는 것은 여벌이고 이미 벌써 마을마다 무슨 사업할 지 다 정해져 있지요. 아무리 공론화를 한다 해도 마을마다 순번이 있고 정해진 사업을 논의한다는 것이 어디 쉽겠습니까? 생색만 내는 거지요. 아무 것도 바뀐게 없지요. 어떻게 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주민참여예산학교 열어 다 모아놓고 흉내만 내고 있는게 안타깝지요. 감투하나씩 씌워주고 줄세우기나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닌지 의심도 되구요. 제대로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요. 이 정도로 이야기 해둘께요. 나머지는 직접 와서 보시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시죠. 언제든 문은 열려있으니까 그냥 오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