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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단 Jul 07. 2024

함께 밥을 나누는 것이 평화

아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오는데 저녁 때 쯤 되면 늘 마음이 쓰였다. 몇몇은 씨유편의점에 들렀다가 오고 몇몇은 돼지국밥집에 다녀오고 몇몇은 감자탕집에 다녀오곤 했다. 사실 밥값이 물가가 한참 올라 1만원을 육박하기 때문에 한끼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부담이 되는 일이다. 밥을 해 먹는다는 것도 사실 가장 유용한 기술이지만, 밥솥에 밥과 냉장고의 반찬을 꺼내먹는 것 말고는 요리라는 것은 여전히 생경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게 계속 마음의 빚이었다. 마침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의 공모사업이 떳길래 그래서 응모했다. 청소년들 스스로 저녁있는 삶을 만들어보자고. 300만원짜리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금액으로 '변화의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었다. 밥을 하고, 요리를 가르쳐 주는 멘토가 필요한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과 어느정도 라포도 형성되고 친밀해짐녀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마침 청산청소년문화의 집에서 기간제로 일하시는 정애정 샘이 자원하셨다. 고마울 따름이었다. 정애정 샘은 색스폰을 배우는게 있어서 화,수, 금이 가능하였다. 저녁을 또 화, 수, 금만 먹는게 마음에 걸려 수소문을 했는데 마침 상예곡에 사는 깅동옥 어머니가 하겠다고 자원하셨다. 낮에 건설노동자현장에서 밥을 한다고 하셨다. 마침 김동옥 어머님이 월, 목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렇게 청산별곡 문화공간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있는 삶이 만들어졌다. 한창 배고플 아이들 청산별곡에 모여 쉬다가 게임하다가 저녁 차려졌다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우르르르 줄을 섰다. 그냥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푸근하고 좋다. 그리고 같이 만들고 함께 만들어가는 저녁이 무척이나 뿌듯하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정애정샘이 참치유뷰초밥을 선화랑, 은정이랑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만드는데 그렇게 보기좋을 수가 없더라. 


저녁있는 삶 이후에 디저트가 있는 삶도 원한다. 스스로 만드는 청소년카페라는 주제로 아이들이 직접 음료를 만들어 대접한다. 복숭아에이드와 블루베리에이드, 그리고 버블티도 같이 만들어 먹는다.돈과 무관하게 밥과 음료와 디저트가 제공되는 공간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물론 돈이 있어야 지속가능하겠지만, 일단은 잠시만이라도 이렇게 만들어가보고 같이 만끽하는 시공간이 참 좋다. 저녁 8시가 되면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그러면 대성리에 사는 은정이와 명티리에 사는 승준이는 집까지 데려다 주어야 한다. 명티리는 상주 경계이고, 대성리는 보은 경계라 한번 갔다오면 족히 3-40분은 넘게 걸린다. 그래도 같이 집까지 데려다 주는 시간이 좋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간다. 무얼 얻기 위해서도 아니고 같은 지역 공동체 안에서 친밀하게 관계를 나누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함께 밥을 같이 먹는 일이 이렇게 좋은 일인 줄을 몰랐다. 흔히 노인들이 모인 공간을 경로당이라고 한다. 청산별곡은 청소년을 공경하는 경청당이라 말하고 싶다. 미리 공지되지 않은 저녁메뉴에 가슴이 설렌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저녁을 지역 청소년들과 같이 먹을까. 모두가 함께 만드는 저녁이고, 아무나 함께 일구는 행복한 밥상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미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 그 구호를 우리 힘으로 되찾고 싶었다. 우리가 우리의 밥상을 지킬 것이다. 그래서 요즘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팜투테이블'과 학교 운동장을 텃밭으로 일궈내면서 조리해 같이 먹는 다양한 교과 프로젝트인 '에더블 스쿨야드 프로젝트'에 부쩍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농장과 먹을거리가 분절된 세상에서 기업이 가공식품으로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기업의 손길 없이도 우리들의 마음과 의지로 땅과 밥상을 이어내면서 얻는 교육이란, 바로 삶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만들고, 내 의식을 만들어낸다. 조금 더 실천하며 파고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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