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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단 Jul 18. 2024

알흠다운 청산별곡 실버카페

낮시간에 공간이 비었다. 애써 만들어놓은 청산별곡의 쓸모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참여와 과정에 충실했던 할머니들을 복지관을 통해 포섭했고, 바리스타 과정을 신설했다. 이미 커피머신과 오븐은 준비되어 있을 터, 할머니들만 오면 되었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갈 관계의 친밀도와 재능을 갖춘 강사가 필요했다. 상촌에서 이웃상촌을 이미 훌륭하게 운영하고 계신 김희정 샘을 강사로 올려놓고 청산복지관 이동준 팀장에 모집을 의뢰해보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복지관 프로그램이나 공모사업으로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당장 할 수 없었다. 비용이야 어떻든 한번 추진해보기로 했다. 적재적소와 적시가 때때로 필요한 법이다.  지난 주에는 패션후르츠와 딸기청을 만드는 연습을 했는데 모두다 찐 리액션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강의태도를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17일에는 대추차를 만들었다. 대추 3킬로와 배 3개, 생강 두주먹 등만 있으면 충분했다. 다이소에서 각자 가지고 갈 유리병도 샀다. 대추를 씻고 배를 자르고, 생강을 다듬고 주방살림 경력 60년 이상인지라 금방 순식간에 알아서 처리했다. 10여 명의 참여자들은 평균연령 75세지만, 의지만큼은 이팔 청춘이었다. 내가 말했다. “이 공간은 이제 할머니들 거에요. 맘 놓고 쓰시면 되요. 직접 카페를 한번 운영해보세요” 그렇게 말하자. “그럼 여기서 옥수수를 쪄먹어도 되요. 우리가 한번 직접 운영해서 얻은 수익금은 전부 복지관이나 학생 장학금에 기부하던지 해야겠네. 한번 해봅시다” 단 두 번만에 벌써 의기충천한 모습이 속속들이 보였다. 오늘은 영화를 본다. ‘별들의 고향’을 보고, 다음주에는 ‘저하늘에도 슬픔이’를 할머니들과 같이 볼 예정이다. 그리고 옥수수도 쪄 먹고 어제 남은 패션후르츠와 딸기청과 대추차를 같이 먹을 것이다. 할머니들이 직접 운영하는 실버카페 기대되고 설레이지 않은가. 청소년들에게는 무상으로 음료를 제공하고, 후원금을 받아 기부하겠다는 그 마음이 정말 예쁘지 아니한가. 고령화 되었다고 돌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무언하게 해보겠다는 그 마음의 씨앗을 받아준다면 새로운 인생의 활력을 돋을 수 있는 어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톡방을 만들고 서로 사진을 주고 받고 내용을 소통하니 더 좋아라 하신다. 새로운 공간을 선물한 것 같아 마음이 다 푸근했다. 같이 일구는 목요일 짝짜쿵 텃밭과 수요일에 같이 만드는 청산별곡 실버카페가 왠지 연결될 것 같은 예감이다. 직접 작물을 키우고 키운 작물로 팜투 테이블을 시전하는 것이니 말이다. 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판수리 황복순 어머니와 효림이 김광을 어머니가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7월 셋째주부터 8월 첫째주까지인가 복지관이 방학을 한다고 한다. 여기도 방학을 하냐고 묻기에 우린 방학이 없다고 하자, 할머니들이 최고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방학없이 여전히 나오고 싶은 그 마음이 있었던 게다. 할머니들의 모아진 조직력이 지역사회에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만발이다. 나는 멍석만 깔아줬을 뿐이다. 그라운드만 제공했을 뿐이다. 할머니들의 경험치와 사회성, 관계성이 이렇게 훌륭한 자원인데, 피동적이 아닌 적극성을 이끌어 주체를 세우는 연습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간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마주하는 공간을 만들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들이 5시까지 카페를 운영한다면 4시부터 오는 학생들과 겹치는 시간이 발생한다. 청소년들은 5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교집합 시공간이 발생하면서 섞일 것이다. 밥 먹으러 오는 청년 인턴들은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그 때도 청소년과 뒤섞인다. 이렇게 청소년, 청년, 노인들이 만나면서 서로를 보듬는 시간들은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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