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 May 11. 2022

서두를 필요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매일 발행 38일차

가끔 드라마에 구내식당 장면이 나오곤 한다. 드라마 속 구내식당과 제이네 구내식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메뉴? 규모? 인테리어? 이용자들의 비주얼?


그 모든 것들이 다르지만 특히 제이의 눈길을 끈 건 ‘먼저 먹은 사람은 먼저 일어나는 문화’였다. 특히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종합병원 구내식당들이 그렇다. 아무 자리나 앉아서 혼자 먹고, 아는 사람이 맞은편에 앉으면 할 얘기만 딱 하고 식판 들고 일어선다.


하지만 제이네 식당은 팀원들끼리 다 같이 가서, 다 같이 먹고, 다 같이 일어나는 분위기다. 제이처럼 밥 천천히 먹는 사람한텐 보통 고역이 아니다. 일도 부지런히 해야 되는데 밥도 부지런히 전투적으로 먹어야 한다. 밥 먹는 데도 일종의 ‘마감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아무도 강요나 독촉은 하지 않았다. 빨리 먹은 사람들은 ‘천천히 먹어라’ 하며 기꺼이 기다려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이는 생각한다. 서두를 필요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각자 속도대로 먹고 자연스럽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제이 혼자 남으면 뭐 어떤가? 혼밥 못할 나이도 아니고.


그래, 맞다. 이런 사소한 일쯤은 제이가 용기를 내서 제안해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먼저 먹은 사람 먼저 일어나기 캠페인’ 같은 걸 벌여주기를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튀기 싫고 부딪치기 싫은 제이는 그저 ‘퇴사하는 그날 모든 게 해결된다’고만 생각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밥을 씹어 삼킨다. 직장이라는 곳에서는 그냥 조용히 스쳐지나가고만 싶은 것이다.



37일차 참조.. 파닥파닥


매거진의 이전글 한 시간 안에 써내지 못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