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49일차
20년 자취경력에도 여전히 집안일을 못하는 내가 그나마 TV에 나오는 쓰레기집에서 살지 않는 건 가끔 날을 잡아서 급한 불을 끄기 때문이다.
바로 내일을 그날로 정했다. 안 쓰는 물건을 싹 다 버려보겠다며 몇 달 전에 사놓고 처박아둔 75리터 종량제봉투를 드디어 채우고, 버릴 책도 50권쯤 추려낼 것이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있다면, 깨끗한 책들은 중고서점에 팔아서 뒤풀이 치킨값이나마 벌어봐야지.
이런 대대적인 집안일은 조용한 집에서 맨정신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시끌벅적한 노동메이트가 필요하다. 들썩들썩 신나는 음악, 소리만 들어도 웃긴 코믹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내가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쯤 잊어야 한다.
[대청소할 때 틀어놓기 좋은 드라마 추천작 5편]
- 마음의 소리(이광수ver.): 마음의 소리를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심지어 잘만듦.
- 멜로가 체질: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극본답게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깨알같이 재밌음.
- 38사기동대: 겁 많은 마동석, 천재 사기꾼 서인국의 케미와 나쁜놈들 등쳐먹는 사이다 전개.
- 쌉니다 천리마마트: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신나게 때려넣은 도른드라마인데 은근 따뜻하기까지.
-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이것이 바로 블랙코미디다. 이런 대본은 어떻게 쓰지?
쓰레기 75리터, 책 50권, 매일 발행 50번째 글. 내일 부디 목표한 바를 다 이룰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