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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n 10. 2022

부엌 없는 삶은 어떨까

매일 발행 68일차

<나혼자산다> 예전 편을 보다가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의 식생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을 먹겠다고 부엌에 들어갔는데 테이블에 바나나 한 송이가 덜렁 놓여 있다. 그중에 하나를 똑 떼서 부엌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오물오물 천천히도 먹는다. 커피와 바나나 한 개로 아침 끝. 옷을 차려입고 마트에 갔는데 오직 고구마 한 상자만 달랑 사 가지고 온다. 그중에 딱 한 개를 씻어서 작은 오븐에 구워 먹는다. '저 오븐에는 고구마밖에 안 들어가봤다'고 한다. 하루에 바나나 두 개 고구마 두 개만 먹고 산단다. 엄청난데...?


소식이니 다이어트니, 그런 걸 떠나서 식생활이 저렇게 '단순할' 수가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저 정도면 사실상 부엌이 없어도 되는 거 아닌가! 냉장고도, 각종 요리도구도, 크기별 종류별 온갖 그릇도, 호일과 지퍼백과 락앤락도, 사놓기만 하고 쓰지는 않는 소스들도, 오늘은 뭐 먹을까 하는 고민도, 레시피 검색도, 요리도 설거지도 필요가 없는 거다. 먹는 일에 공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일이 없다. 사는 게 얼마나 심플할까!


상상을 해봤다. 저렇게 원푸드에 가까운 소식을 하지는 않더라도, 내 부엌이 훨씬 미니멀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지금 내 찬장과 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잡다한 주방도구들, 그릇들, 식재료들이 정말로 다 필요한 것일까? 매일매일 끼니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하고, 귀찮으면 찬장에 쟁여둔 라면을 꺼내 먹는 식생활이 과연 바람직한가? 꼭 매 끼니를 색다른 메뉴, 땡기는 메뉴, 맛있는 메뉴로만 먹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나?


먹는 즐거움도 중요한 인생의 낙인 건 맞지만, 먹는 일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맛'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는 않았는지, 먹는 일이 단순해지면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지는 않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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