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67일차
'이번에는 진짜' '이번에는 진짜진짜'라며 몇 년 동안 간만 보는 듯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복원이 이번에야말로 일부 실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흑역사를 묻어버리고 싶은 마음 못지않게 궁금한 마음도 컸으므로, 몇 가지 귀찮은 절차를 거쳐 미니홈피를 살려냈다(물론 비공개로). PC버전은 없으니 모바일 앱을 다운받아서 휴대폰 본인확인이나 당시 폰번호로 아이디를 찾으면 된다.
미니룸을 보니 '와 맞아 이랬었지' 하는 반가움과 함께, 이때도 뭔가를 겁나게 미루고 있었구나 싶었다. 방구석에서 홀로 창밖을 보며 '지금'을 다짐하는 모습이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사람이 이렇게 안 변한다... 배경음악으로는 박효신의 '눈의 꽃', <장화홍련> ost인 t.A.T.u.의 'Clowns(Can you see me now)', 이런 노래들을 깔아놓았었다. 타투 이 노래 명곡인데 지금 보니 그룹 이름이 싸이 감성이네.
가장 오래된 사진이 2004년, 가장 최근 사진이 2009년이었으니 5~6년쯤 싸이를 했나보다. 사진첩에는 당시 좋아했던 연예인 사진이 백여 장에 가까웠고(...) 나머지는 셀카 또는 고등학교 친구들 또는 대학 동아리 사람들과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때 살던 방은 어땠는지, 거리는 어떤 분위기였는지, 어딜 싸돌아다녔는지도 궁금한데 죄다 얼굴사진뿐이다. 물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반갑긴 했다.
그나마 17년 전 고시원 사진을 몇 장 찾아냈다. 이게 무려 '대청소 비포&애프터'의 애프터 사진이라는 놀라운 사실. 비포는 차마 올릴 수가 없다. 방 전체가 폐지수거함 내지는 빨래바구니 같은 느낌이었달까? 이런 방에서 살던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지금은 양반 된 듯하다. 빨갛고 까만 띠가 있는 하드커버 책은 중고로 큰맘먹고 산 학원 한국문학전집이다. 2단 편집에 작은 글씨로 아주 알차게도 들어 있었다.
300여 장의 사진을 다 보고 나니, 그래도 사진첩은 흑역사 중에서는 순한맛이었다. 진짜 판도라의 상자는 다이어리겠지. 다이어리와 방명록이 복원된다면 내적 비명을 여러 번 지르게 될 것 같다. 읽을 수나 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