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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Aug 18. 2022

내가 유일하지 않다면

모든 사람은 다르다. 모든 사람이 유일무이하다. 이 명제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한 행성에 거대한 섬이 열 개쯤 있다. 축구공의 검정 오각형처럼 똑같은 모양이다. 각각의 섬에는 서로 완벽히 똑같은 사람들이 산다. A섬에 거주하는 ‘제이’와 이름도, 얼굴도, 성격도, 경험도, 매일 쓰는 일기 내용까지도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제이들이 B섬과 C섬과 D섬 등등 그 행성의 모든 섬에서 완전히 똑같은 경험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평행우주를 아주 작은 규모로 한 행성 안에 구현했달까? 섬 전체를 통째로 열 번쯤 복사-붙여넣기한 모양이랄까?


그렇다면 A섬에 사는 제이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닌 셈이다. 제이가 목숨을 걸고 노력해서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다면 다른 모든 제이들도 똑같은 업적을 이룬다. 어마어마한 사고를 쳐서 대역죄인이 된다면 다른 모든 섬들의 제이가 똑같은 사고를 친다. 비밀스러운 감정과 독특한 깨달음까지도, 모든 제이들이 다 똑같이 느낀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바다 건너에서 나와 똑같은 자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면 삶의 가치가 떨어질까? 전 우주 안에서 유일하진 않더라도, 이 섬 안에서는 유일하니까 괜찮은 걸까?


나도 참, 별생각을 다 하고 사는 것 같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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