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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Aug 17. 2022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어제저녁, 식당에서 느긋한 혼밥을 하고 나오니 제법 시원한 공기가 스쳤다. 날짜를 헤아려보니 8월 16일. 벌써 여름이 갈 때가 됐나? 선선한 기온에 용기를 얻어 오랜만에 공원 산책을 나섰다.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분홍빛 구름을 탁 트인 언덕 위에서 보면 멋있을 것 같았다.


폭우 이후로 처음 가보는 공원이었다. 다리 밑 개울가의 풀들이 물살에 휩쓸린 모습 그대로 일제히 쓰러져 있었다. 어둠이 점점 짙어져 발걸음을 서둘렀다. 분홍빛 구름이 시시각각 탁해졌다. 조금만 일찍 출발할걸.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혼자 초조해했다.


언덕 등성이에 올라서자, 새빨간 노을 아래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건물들이 잠겨 있었다. 다리를 따라 도로를 따라 작은 빛들이 유유히 흘러갔다. 산책로를 걷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어두워서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타인들이었지만, 이 짧은 찰나의 풍경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기록해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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