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 Oct 02. 2022

직장인의 애환과 부국제 예매, 심리상담까지 그간의 근황

1.

2주 전에 바뀐 부서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자료와 보고를 요구해대는 통에 부서원 모두가 허덕이고 있다. 나야 제일 말단 쫄따구라 그렇게까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또 어떤 폭탄이 나에게, 우리 팀에게 떨어질지 시시각각 눈치를 보며 불안에 떠는 나날이다. 이놈의 조직생활 지긋지긋허다 지긋지긋해.


2.

부산국제영화제 티켓팅에 그럭저럭 성공했다. but... 이번 티켓예매와 관련해 역대급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마음놓고 좋아할 수도 없는 찝찝한 기분이다.


부국제 티켓은 예매권/카드/핸드폰결제로 구매 가능한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매권을 미리 사두면 결제가 더 간편해진다. 티켓팅은 속도전이므로, 예매권이 있으면 원하는 자리를 잡기에 유리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스템 오류로 38분간 예매권 결제가 아예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나야 애초부터 예매권은 엄두도 못 내고 카드번호 16자리를 일일이 입력하며 결제했지만, 주최측 실수로 자리를 놓친 사람들은 화날 만하다. 왜그랬냐 부국제 진짜...!!ㅡㅡ


아무튼 내가 보게 된 영화들을 아래에 붙여본다. 산뜻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신인감독의 참신하고 흥미로운 한국영화를 거쳐, 스토리텔링에 대한 인도영화로 하루를 마감하고, 기발하고도 울적한 유럽 코미디 영화로 예술에 대해 생각해본 뒤, 16년간 혼자 집 한 채를 지은 사람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지를 다지며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여기에 호러 한 편쯤 곁들이면 완벽했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만하면 부산까지 다녀오는 보람이 있을 듯하다.



이제 가방만 싸면 될 정도로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아직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못하다는 게 함정...-_- 정 안 되면 진짜 당일치기로라도 다녀올 테다. 두 편밖에 못 보는 한이 있어도ㅠㅠ


3.

심리상담 어플을 통해 문자 상담을 받아보고 있다. 편지를 주고받듯 상담을 진행하는 흥미로운 시스템이다. 일대일 채팅방에 징징거리며 고민을 써놓으면 하루에 한 번씩 상담샘이 답변과 함께 몇 가지 미션을 내준다.


이번 미션은 '사랑(소속)에 대한 욕구', '힘(성취·인정)에 대한 욕구', '자유에 대한 욕구', '거움에 대한 욕구' 중 내 삶에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순서대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었다. 와... 진짜 너무 어려웠다. 외로움을 극도로 안 타서 사랑은 후순위가 확실한데, 성취·자유·즐거움은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결론이 안 나, 일종의 사고실험을 해봤다.


ㄱ. 즐겁기만 하고, 자유와 힘은 없는 삶: 평생 감옥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무시받으며 사는데 재밌는 놀거리가 계속 생겨서 매일 웃고 지낸다면?

ㄴ. 자유롭기만 하고, 즐거움과 힘은 없는 삶: 돈 벌 필요 없이 내 맘대로 살면 되는데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평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무시받으며 산다면?

ㄷ. 힘만 있고, 즐거움과 자유는 없는 삶: 걸작을 써내서 유명작가가 되고 남들이 다 나를 존경하는데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혀 평생 아무 재미 없이 산다면?


이중에 뭐가 그나마 나을지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이게 뭐라고 참 ㅋㅋㅋㅋㅋ) '즐거움>자유>힘>>>사랑'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얻었다. 난 항상 자유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자유롭지만 재미없는 삶을 상상해보니 의외로 재미가 더 우선인 것 같다. 재밌게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8년 만의 부산국제영화제를 상상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