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25. 9. 29.~10. 5.
0903. 그러고 보면 6. 9. 워크숍 개강부터 9. 28. 광명북페어까지 엄청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달려온 것 같군... 한 박자 쉴 타이밍이 아닐지. 그동안의 주요 일정을 정리해볼까.
6. 9. 독립출판 10주과정 개강
6. 12. 브런치 글 인쇄·검토, 원고수정 시작
7. 11. 1차 수정원고 인쇄
7. 18. 2차 수정원고 인쇄
7. 19. 인디자인 공부 시작
7. 24. 1차 가제본 주문
7. 29. 비상주사무실 계약, 출판사등록 신청
8. 2. 2차 가제본 주문
8. 5. 사업자등록, 인쇄소 견적 문의, 발행자번호 신청
8. 7. 내지 수정 완료, ISBN 신청
8. 11. 인쇄소에 최종본 넘김, 워크숍 종강, 남양주북페어 신청
8. 15. 광명북페어 신청, 입고문의메일 11곳
8. 18. 물류배본사 계약
8. 21. 책 도착, 검수. 첫 방문입고
8. 27. 첫 재입고 요청 옴
8. 29~30. 북페어 관람 겸 군산 여행
9. 10. 북페어용 엽서 디자인 시작
9. 17. 엽서 주문, 북페어 준비
9. 20. 남양주여유당북페어
9. 28. 광명아트북페어
1159. 결정이란 여행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책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여행을 계획하듯 책 만들 계획을 세울 수는 있지만 이 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어떤 경험들을 하게 해줄지 다 예상할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뜻밖의 경험들’이 책의 성공 여부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 경험을 남과 비교·평가함으로써 훼손하지 않기를. 내가 이걸 해냈고, 나에게 나만의 책이 생겼고, 책을 만들며 나만의 경험을 얻었다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를. 인생은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그 이야기들 사이에 우열은 없다. (정말 없을까...? 흠......)
0859. ‘꽃’이라는 글자가 꽃다발처럼 예뻐 보인다는 외국인 글을 봤다. 나도 꽃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꽃은 발음도 꽃 같다. 개인적으로 ‘flower’는 꽃밭에서 꽃 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느낌인데, ‘꽃’이라고 하면 단 한 송이의 꽃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꽃, 하고 단호하게, 확실하게 피어난 꽃. 누가 뭐래도 거기에 존재하는 바로 그 꽃.
잎, 줄기, 낙엽, 이런 단어들도 얼마나 잎 같고 줄기 같고 낙엽 같은지. 낙엽은 낙-하고 떨어져서 엽,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랄까? 다른 언어들도 이렇게 뜻과 발음과 글자가 조화되는 경우가 있겠지만(외국어 못해서 모름)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니까 한국어부터 실컷 즐기련다. 우리말 우리글은 참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0659. 사진: 살면서 내 눈에 보이는 ‘장면’들을 수집하는 것.
일기: 살면서 겪는 내 생각, 감정, 경험들을 수집하는 것.
1216. 브런치카페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읽는 중.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에서 추천받아 읽게 됨.
평생에 걸쳐 연구한 원고까지 빼앗기고 오직 내 몸뚱이 하나만 남는다면? 와... 진짜 너무 충격적일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모든 걸 잃고 위험과 고통뿐인 수용소에 갇힌다면, 과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답을 어떻게 찾아냈을지, 너무 궁금하다.
1324. 도서관 1층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오렌지자몽티를 마시며 책을 읽는 수요일 오후. 열린 창틈으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피아노 연주곡이 흐른다. 이렇게까지 사치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니! 지금 읽는 책과 너무 대조적이지 않나...-_- 이렇게까지 여유롭고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 어쩌면 이 불안 밑바닥에는 ‘내게는 이런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108~109쪽)
그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목표를 정해 줌으로써 내면의 힘을 강화시켜 주어야 한다. 수감자 중에 몇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스스로 그런 목표를 찾아내기도 한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118쪽)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125쪽)
1548. 접은 모서리 다 폄. 모든 페이지를 접을 기세라 접는 게 의미가 없다-_-ㅋ
의미를 발견하는 데 시련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단지 시련 속에서도-그 시련이 피할 수 없는 시련일 경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그 시련이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시련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인간이 취해야 할 의미 있는 행동이다. 불필요하게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기 학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70쪽)
2231. [죽음의 수용소에서] 1독. 크~ 인생책으로 등극...
0751. 책이란 거 사실 그렇게 ‘많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 달에 한두 권 정도면 충분히 내 세계를 넓히고 한 주제에 집중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독보다 다회독이 나은 걸 생각해보면. 내 인생이 20년쯤 남았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마도 600권 정도. 그럼 지금보다 책을 훨씬 줄이는 게 맞지 않나...?
(이후 추석연휴. 본가 내려가서 맛있는 거 실컷 먹고 귀여운 조카 보고 TV 실컷 보고 가족나들이하고 등등... 연휴기간은 일기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