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에 제작자로 참여했던 SZF2016(Seoul Zine Festival) 후기를 올려봅니다. 사회성 하위 3%를 자랑하는 부끄럼쟁이라 사진도 별로 못 찍었네요. 행사 전체 리뷰보다는 제가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중심으로.
마감 당일 참가신청서 접수. 여기서도 떨어지면 어쩌지. 언리미티드에디션 탈락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
참가확정 메일을 받음. 책 한 권으로 650*500 넓이의 테이블을 어떻게 채울지, 뒷벽은 어떻게 꾸밀지 걱정이 태산. 현장에서 방문객들이 간단히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하고 싶었지만 어찌저찌 멍 때리다 보니 시간 순삭.
행사 이틀 전, 테이블 크기가 900*760으로 변경됨. 발등에 불 떨어져서야 본격적인 준비 시작. 최대한 단순하게, 잡지에서 몇 문장을 뽑아 전시하고 간단한 질문지를 준비하기로 함.
행사 전날 저녁, 퇴근길에 홍대 킨코스에 들러 전시문구 인쇄. 종이 재질 고르는 데 수십 분 걸림. 깊은 고뇌 끝에 린넨200g으로 결정.
행사 장소 도착해 자리 세팅. 뒷벽에 전시문구 붙이는데 넘나 부끄러워 식은땀이 날 지경. 내가 이런 걸 다 해보다니…… 애써 태연한 척 제작자 명찰을 달고 착석.
행사 시작. 별로 팔리진 않지만 관심 갖는 분들은 많았음. 한번 펼치면 살 수밖에 없는 책을 만들고 싶어짐. 원래는 펼쳐보는 분들께 붙임성 좋게 설명도 하고 그래야 하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음.
질문지에 아무도 참여 안 하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꽤 많은 동료들이 흔적 남겨 주심. ‘쓰는 사람’은 다 내 동료임.
행사중 인디가수 공연 시간에는 방문객이 별로 없었음. 심심함. 건너편 제작자분이 파시는 컬러링 엽서를 사 와서 열심히 색칠함. 붓펜으로 찌그러진 라이언도 그려봄. 얼굴은 기억 나는데 몸통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서 대충 찌끄림.
절친이 깜짝 방문. 그야말로 깜짝 놀람. 책에 사인해 달라고 해서 몹시 쑥스럽게 처음으로 사인을 해봄. 행사 끝나자마자 다시 만나 홍대거리로 나오니 인파로 가득함. 간신히 사람들을 헤치고 홍대를 탈출.
비가 옴. 그래도 둘쨋날이라고 아주 조금 어리를빗 여유로워짐. 한가한 시간에는 여기저기 구경하며 책도 사 읽고 공연도 봄. 책 팔다 잠깐 나와 가을비를 배경으로 인디가수 공연을 보고 있자니 예술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 ㅋㅋ
건너편 테이블에서 책 샀더니 제작자분이 타로점 봐 주심. 과거는 선택의 문제로 고민, 현재는 재능이 엄청 많고 미래는 성공한다는 점괘가 나옴. 믿기진 않지만 믿고 싶어짐.
행사 끝나고 자리 정리한 뒤 단체사진을 찍음. 화이팅 포즈의 단체사진이라니 오마이갓…… 최대한 뒷줄에서 얼굴 안 보이게 찍음. 이렇게 숨으면 더 웃기게 나올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숨고 싶었음-_-
책 판 돈보다 책 산 돈이 더 많았음.
텍스트 중심의 책을 좋아하는 취향이 여실히 드러난 컬렉션 ㅋㅋ
1. 평범을 헤매다 별에게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수집한 책
2. 즉흥in생사 ‘비밀을 꺼내다’: 비밀 얘기를 좋아해서 삼
3. 감언이설집: 나처럼 혼자 글써서 만든 잡지라 몹시 반가웠음
4. 캘리그라피 책갈피: 옆자리 제작자분이 선물해주심
5. 양면동화 ‘인어공주’편: 두 작가가 동화를 패러디한 시리즈물
6. 컬러링엽서: 심심할 때 유용했던 컬러링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