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만 서른셋.
(서른다섯이라고 썼다가 만으로 고침)
100-30짜리 옥탑방 거주.
인기 없는 독립잡지 세 권 출간.
하루 다섯 시간, 시급 받는 아르바이트 중.
허리디스크에 알레르기성 비염, 자가면역질환 환자.
이만하면 어엿한 노답 인생 아닐까 싶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스물네 살 여름이었다.
물론 어리석은 결단이었다.
노량진 공시촌의 암울한 분위기가 이성을 마비시킨 게 분명하다.
.
.
.
그 후로 11년이 흘렀다. 썅.
내가 이 나이에도 작가지망생일 줄이야!
아악!!!!! 아아아악!!!!!!!!!!!!!!!
뭐, 어떤 면에서는 이미 작가라고 할 수도 있다.
브런치에서 연재도 하고,
별 볼일 없지만 문학잡지도 만들었고,
소규모 창작물 마켓에 나가면 ‘참여 작가’로 지칭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라고 불려도 민망하지 않을 나만의 기준은 역시 ‘단행본 출간’이다.
언젠가는 정녕 내 책이 나올 것인가.
그런데 어쩐지 올해나 내년쯤은 정말로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드는 요즘이다.
그 예감이 진짜 예감인지,
지난 11년간 끊임없이 계속된 희망고문의 연장일 뿐인지,
이제부터 한번 기록해보려 한다.
여러분은 이 일기를 통해 작가지망생이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또는 작가지망생이 좌절을 거듭하며 스실사실 망해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느리고 재미없는 고구마 답답이의 연속이겠지만.
꿈이 이뤄지는 과정은 의외로 지리멸렬할지도 모른다.
‘시나브로’의 화신이 있다면 바로 나일 것이다.
어릴 때는 ‘담배 이름 한번 어렵게 지었네’ 했던 그 낯선 단어.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내 노답 인생도 나름대로 흥미롭게 살아왔다.
이 일기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2017.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