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의 살기 위한 글쓰기

(1) 생각이 꼬리를 무는 사람들

by 라온제나

어렸을 적부터 나는 머릿속에 많은 '나'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 속 나는 학교 수업을 듣는 척하고 있지만 머릿속에 수많은 나는 계속해서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는 게 좋았다. 잠에 들기까지는 힘들지만 잘 때는 수많은 '나'의 대화를 듣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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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주 꿈을 꾸면서 머릿속 '나'가 현실인 삶을 엿보고 오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걱정도 많았고 쓸데없는 생각도 많았다. 그런 내가 싫진 않았다. 걱정이 많았고 그 걱정을 더 나아가 미리 상상하는 버릇 때문에 프로젝트가 정말 어이없는 이유로 엎어지거나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생겨도 "내 머릿속 상상이 더 최악이군. 현실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라며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또, 상상할 때마다 적어둬 가득 찬 메모장을 훑어보며, 다들 괴로운 창작 과제를 할 때 혼자 여러 가지를 써두고는 뭘로 제출할지 고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제가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멈추지 않는 나는 축복받은 게 아닐까 하는 귀여운 자만심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취업준비를 하는 나에게 이런 내 성격은 정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많은 생각들은 나를 많은 걱정과 불안으로 끌고 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취업에 도움이 되려는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었는데,


"면접관은, 채점자는 '너'를 궁금해하는 게 아니니, 준비된 답변을 하세요."

"생각을 하는 순간, 시간은 지나가니 손을 움직여서 빨리빨리 푸세요."


등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머릿속 수많은 '나'는 반항심을 내뿜으며,


"아니? 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 건데?"

"저런 소리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을 각자 소리친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4년째 하고 있는 지금은 나도 알고 있다. 특별하게 사는 삶을 살기는커녕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많은 특징을 적성으로 살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 이 생각이 불안이 아닌 어떤 일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마저 생각이라는 걸 깨달으면 괴롭지만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쩐담' 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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