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1년차 색소폰으로 듀엣 무대 서기
카카오톡 대화를 검색하다가 작년 7월 13일이라는 날짜를 발견했다. 그날, 플루트와 알토색소폰 듀엣 악보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날의 기억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떠올랐다. 악보는 플루트가 담담하고 아련하게 시작하는 구조였다. 곡을 혼자 끌고 가려 하지 않고, 마치 숨을 고르듯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알토색소폰이 멜로디로 들어오면 플루트는 한발 물러나 화음을 얹었다. 중간에는 두 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듯 멜로디를 주고받다가, 마지막은 같은 방향을 보며 함께 끝을 맺었다.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쉽게 흘려보낼 만큼 단순하지도 않은 악보였다. 곡의 성격을 해치지 않으면서 두 악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누가 이 악보를 만들었는지 물었더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젊은 여신도 중에 이런 일을 업으로 하는 분이 있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치킨 선물 쿠폰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간단히 마무리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곡 하나를 이렇게 편곡하는 일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걸, 음악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악보 한 장 앞에서 나는 늘 큰 빚을 진 기분이었다.
악보 완성과 함께, 공연 날짜는 10월 12일로 정해졌다. 나는 봄부터 정해진 MR에 맞춰 혼자 연습을 해오고 있었고, 새로 받은 악보에 맞춰 아내와의 합주 시간을 늘려갔다. 함께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내가 등록해둔 색소폰 연습실을 이용했다. 일요일 아침은 비교적 사람이 없었다. 아침잠이 많은 아내를 깨워 몇 주 동안 그 시간에 맞춰 연습을 이어갔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라 이른 시간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곡이었고, 악보도 마음에 들었다. 틈만 나면 연습 이야기를 꺼냈고, 아내는 피곤한 표정으로도 결국 따라나섰다. “오늘은 7시에 가서 한 시간만 연습하고 오자.” 막상 가기 싫어하던 아내는 연습실에 도착하면 오히려 나를 이끌었다. 연주 경험도 많았고, 악보를 보며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내는 데 익숙했다. 나는 뒤에서 따라가며 숨을 고르고, 박자를 세고, 틀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여름은 그렇게 연습으로 흘러갔다. 어떤 날은 연습실을 나서며 괜히 말수가 줄었고, 어떤 날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랐다. 연습이 잘되지 않는 날에는 음악보다 내 마음이 더 흐트러져 있다는 걸 느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실수 하나에도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음악 연습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같은 곡을 바라보면서도 서로의 속도는 다를 수 있다는 것, 상대의 실수를 보듬어 주고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것. 소리와 박자를 연결고리로 우리는 곡을 함께 완성하려고 노력하며 10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