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사진이 되기전에

가족여행을 하며 드는 생각

by 시에스타

딸과 아들은 이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었다는 말은 단지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명절이 아니면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번 설 연휴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김해에서 2박 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영화감상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의 걸음은 전보다 느려졌고, 아이들의 말수는 전보다 줄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식탁에 앉았습니다.



어제는 숙소를 나와 아버지가 계신 기장추모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워질수록 차가 밀렸습니다. 도로 양옆은 이미 주차장이 되어 있었고, 추모공원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명절이라는 시간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째입니다. 그 사이 어머니는 많이 늙으셨고, 아이들은 훌쩍 자랐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체감하는 속도는 각자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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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주 다투셨습니다. 큰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사소한 감정, 말투 하나, 표현 방식의 차이.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피할 수 없는 마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살아 있을 때가 좋았다. 꿈에 한 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의 무게가 점점 달라집니다. 살아 있다는 것, 곁에 있다는 것, 오늘도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우리는 대부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합니다.



유골함 앞에 서서 어머니는 아버지 사진을 손으로 천천히 닦으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4월에 또 올게요.” 그 한마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관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떠났다고 해서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겨진 사람의 마음속에서 관계는 다른 형태로 계속됩니다.



2박 3일 동안 나는 어머니와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고, 가족들과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웃고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장면 역시 언젠가는 기억이 되고, 그리움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삶은 거창한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별것 아닌 하루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언제든 끝날 수 있습니다.



연휴동안 가족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 봤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누군가의 사진이 됩니다. 그 전에, 사진이 되기 전에 시간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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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곁에 있는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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