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실력이 아니다

by 시에스타

연휴 다음 날, 약국은 늘 분주하다. 며칠 쉬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기다렸다는 듯 환자들이 몰려온다. 요즘은 특히 감기 환자가 많다. 같은 건물 이비인후과에서 넘어오는 처방전 대부분이 인후통을 동반한 몸살이다. 근처에 소아과가 없다 보니 아이를 안고 온 부모들도 많다. 아이도 훌쩍이고, 부모도 기침을 참고 있다. 누가 더 아픈지 알 수 없는 모습이다.



어제 오전도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종이가방을 꺼내기 위해 서랍을 열고 몸을 조금 숙였다.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는 정도의 각도였다. 그 순간, 허리에 통증이 스쳤다.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느낌이었다.



3년 전 디스크 파열을 겪고 난 이후, 허리 통증은 나에게 경고음과 같다. 그때의 고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던 시간, 침대에서 내려오는 몇 걸음이 두려웠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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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은 나에게 브레이크다. 의욕을 멈추게 하고, 리듬을 끊고, 하루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하필 바쁜 날이었다. 계속 밀려드는 처방전을 보며 평소와 다름없이 손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가라앉아 있었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하나도 어색해졌고, 걸음도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코로나에도 걸리지 않았고,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들과 대화하지만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은근한 자부심이 있었다. 나름대로 건강을 관리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픈 사람들을 볼 때면, 무의식중에 ‘생활습관’이나 ‘관리’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허리가 아파 보니 알게 되었다. 아픔은 언제나 논리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잘못이 없어도, 아주 작은 동작 하나로도 시작될 수 있다.



건강을 우리는 종종 ‘노력의 결과’라고 믿는다. 하지만 어쩌면 건강은 ‘균형이 잠시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위장이 약하게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기관지가, 어떤 사람은 허리가 약하다. 유전적으로 튼튼한 부분은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약한 곳은 사소한 자극에도 흔들린다. 그것이 꼭 게으름이나 방심의 결과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의 통증을 너무 쉽게 설명하려 했던 내 태도가 떠올랐다. “조심했어야죠.”, “관리하셨어야죠.” 그 말속에는 모르는 사이에 작은 판단이 섞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허리가 아픈 채로 약을 건네며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하나씩은 약한 부분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건강이 오래 지속되면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통증이 찾아오면, 그동안 아무 일 없이 움직여 준 몸이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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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약한 곳은 우리를 멈추게 하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속도를 줄이고,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건강을 자랑하기보다, 그저 감사하라고.


연휴 다음 날, 나는 많은 감기 환자를 조제했다. 동시에, 내 시선을 조정했다. 혹시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너무 쉽게 원인으로 환원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사람의 약한 부분까지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약한 곳이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다. 하지만 그 약한 곳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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