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레슨을 다녀오며
달에 두 번, 수요일 오후에 영도로 간다. 해운대에서 22킬로미터. 차로 40분. 지도 위에서는 멀지 않아 보이지만, 일상을 잠시 멈추고 건너가기에는 충분한 거리다.
소프라노 색소폰을 잡으면서 기존 레슨을 정리하고 새로운 선생님을 찾았다. 알토보다 예민한 악기였다. 조금만 힘이 과해도, 중심이 흔들려도 음정이 흔들렸다. 첫 수업에서 선생님은 가장 큰 문제를 바로 짚었다.
“음정이 아직 불안정합니다.”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뒤따랐다. 그 표현이 오래 남았다. 연주자는 애쓰고 있지만, 듣는 사람은 어딘가 편하지 않은 소리.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런 상태로 연주해왔을까.
그날 이후 연습을 다른 관점으로 하고 있다. 곡을 빨리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음을 정확히 붙드는 일. 고음에서도 볼이 부풀지 않도록, 성대를 굵게 유지하며 중심을 잡는 연습. 알고는 있었지만, 몸은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특히 고음에서 볼이 커지는 습관은 무의식처럼 튀어나왔다.
2주가 지났다. 어제 수업에서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 밝았다. 지난번과 확연히 다르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연습곡 악보를 건네주셨다. 완성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다음 단계로 가도 되겠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지적은 이어졌다. 호흡이 흔들리고, 음이 살짝 내려가고, 입안의 공간이 좁아지는 순간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말들이 이전처럼 낯설지 않았다.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차에 올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평소와 달랐다. 바람이 세게 불어 파도가 크게 일렁였다. 차를 세우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한참을 바라봤다. 파도는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바다는 무너지지 않는다.
음정도, 사람도, 흔들림이 없는 게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돌아오는 힘이 있는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중심을 찾는 연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번 불 때마다, 매번 다시 맞추어야 한다.
영도로 가는 40분은 여전히 길다. 하지만 그 거리는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조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음을 정리하고, 욕심을 내려놓고, 가진 것에 감사함을 아는.
주중의 오후 한때,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 그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 내 소리도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마, 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먼저 들려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