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이 골프보다 좋은 4가지 이유

by 시에스타

골프에 한동안 빠져 있었던 적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실내 체육관이 문을 닫았습니다. 오랫동안 해왔던 배드민턴 라켓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호인들 대부분이 갑자기 시간이 생겼습니다. 몸을 계속 움직여 왔던 사람들은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골프로 옮겨 갔습니다.



저도 그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퇴근하면 곧장 실외 타석이 있는 골프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배드민턴에서 알게 된 형들이 레슨도 받고 연습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머리 올려준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정식 골프장에도 가봤습니다.



연습장의 그물망 안에서 치던 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산 공기를 마시며 탁 트인 페어웨이로 흰 공이 쭉 뻗어 나가는 장면은 생각보다 짜릿했습니다. 공이 제대로 맞았을 때 손에 전해지는 그 묘한 감각. 골프를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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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를 겸하다 보니 실력 욕심도 생겼습니다. 연습장에 가는 횟수도 늘었습니다. 겨울에도 히터가 틀어진 야외 타석에서 아이언과 드라이버를 번갈아 휘두르며 스윙을 이어갔습니다. 아내도 함께 배우고 싶다고 해서 같이 레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꽤 오래 이 운동을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몸이 먼저 멈췄습니다. 허리에 무리가 왔습니다. 결국 디스크가 터졌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골프채를 내려놓았습니다. 허리가 튼튼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요통이 자주 찾아오는 사람에게 골프 스윙은 생각보다 부담이 큰 동작이었습니다.



골프를 멈춘 뒤 한동안은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교회에서 색소폰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 악기가 제 삶의 중요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만약, 디스크가 터지지 않았다면 저는 여전히 골프장을 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색소폰을 통해 저는 조금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며 느끼는 만족감, 그리고 신앙 안에서 얻는 마음의 안정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골프와 색소폰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각자의 상황과 취향이 있으니까요. 다만 나이가 들수록 저는 악기 연주가 더 의미 있는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골프는 기본적으로 나의 즐거움에 가까운 활동입니다. 반면 색소폰 연주는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소리입니다. 작은 연주라도 누군가에게 감동이나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골프는 늦은 나이에 실력이 크게 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악기는 다릅니다. 손가락이 조금 더 익숙해지고 박자감이 몸에 붙기 시작하면 나이가 있어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골프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함께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면 색소폰은 악기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혼자서도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며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넷째, 골프는 스코어가 모든 것을 말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쟁이 생깁니다. 하지만 색소폰은 다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연주할 때 서로의 소리를 맞춰야 합니다. 경쟁이 아니라 화음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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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제 삶에서 취미는 몇 번 바뀌었습니다. 배드민턴이 있었고, 골프가 있었고, 지금은 색소폰이 있습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어떤 취미를 하느냐가 아니라 그 취미가 내 삶을 얼마나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느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그 역할을 색소폰이 하고 있습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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