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이었다. 3월 넷째 주 관악부 특송을 앞두고 단체 연습이 이어졌다. 점심을 먹고 난 직후라 그런지 몸이 무겁고 졸음이 밀려왔다. 잠시 교회 밖으로 나가 걸었다. 아직 따뜻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에는 겨울 냄새가 남아 있었다. 옷깃을 여미며 몇 걸음을 걷다가 다시 연습실로 돌아왔다.
나는 테너 파트를 맡고 있다. 보통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파트인데 어제는 같이 연주하던 K 집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혼자 파트를 맡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실수하면 바로 드러났다. 그동안 자신이 없던 부분은 살짝 음을 빼고 넘어가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할 때는 그렇게 해도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다. 쉼표 뒤에 들어가야 하는 부분에서 자꾸 한 박자 먼저 들어갔다. 몇 번을 연달아 같은 실수를 하면서 곡의 흐름이 끊겼다.
올해 6월 말에는 오케스트라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교회에서는 외부 공연장을 빌려 음악회를 열어왔는데 올해는 교회에서 진행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월부터는 오케스트라 연습도 함께 시작된다.
나는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알토 색소폰으로 호른 파트를 맡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에서 파트를 맡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맡은 소리가 전체 음악 속에서 정확히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들으며 박자를 세다가 내가 들어가야 할 순간에 정확히 소리를 내야 한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나도 화음의 균형이 깨진다. 나 하나의 실수가 전체 곡의 완성도를 흔들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첫 연습에 들어갔을 때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하나는 불안이었다. 생각보다 어렵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다른 하나는 희미한 기대였다. 어쩌면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연습 중에는 박자가 헷갈렸고, 내가 들어가야 할 타이밍을 여러 번 놓쳤다. 하지만 악보는 늘 그렇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낯설어 보이지만 자꾸 마주하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처음 맡은 자리는 늘 어렵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는 작은 실수도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 자리에 한 번 서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 시작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은 서툰 상태에서 시작하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동안 조금씩 나아진다.
음악도 그렇다.
음악 초보자에게 쉼표 뒤 정확한 박자를 찾아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삶에서도 비슷한 순간들이 있다. 잠시 기다리다가, 내가 들어가야 할 때가 온다. 그때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소리를 내어 보는 것. 아마 그것이 새로운 악보를 배워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