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맞지 않는 약

by 시에스타

콜킨은 통풍 발작 때 생기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요산 결정에 반응해 몰려드는 염증세포(백혈구)의 움직임을 막아 관절의 통증과 붓기를 줄여 줍니다. 같은 건물에 정형외과가 있어서 하루에도 10건 내외로 자주 사용하는 약물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급성 인후염이나 인후두염에 Clarithromycin 성분의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과에서는 헬리코박터 제균요법에 자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약은 비교적 흔하게 처방되는 약이기 때문에 함께 복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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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환자가 감기에 걸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콜킨도 복용해야 하고 항생제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약은 절대로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조합입니다.


Clarithromycin은 콜킨의 체내 흡수를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콜킨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혈중 농도를 3.3~3.8배까지 높입니다. 과거 FDA 보고에 따르면 58건의 사례 중 30건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콜킨은 통풍 발작 시 염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약이지만 치료 용량과 독성 용량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독성은 위장관 증상으로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이 흔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약물이 과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고용량 복용이나 체내에 약물이 축적되면 골수 억제가 발생하여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범혈구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감염 위험도 증가합니다. 또한 근육과 신경에 영향을 주어 근육통이나 근력 저하, 드물게는 횡문근융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입장에서 보면 이 두 가지 약은 궁합이 맞지 않는 약입니다. 독성을 가질 수 있는 약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약이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가끔은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나면 불편하고 어색하고, 이유 없이 갑갑함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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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시간을 두고 복용하거나 조심해서 사용하면 되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라면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서로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따로 보면 좋은 약입니다. 그러나 같이 만나면 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누군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서로의 결이 맞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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