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예고도 없이 이별이 찾아옵니다. 준비할 틈도 없이, 마음이 따라갈 시간도 없이 말입니다.
최근에 그런 일을 연달아 겪었습니다. 교회 브라스밴드에서 함께 연습하던 두 분의 집사님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고, 약국에서 함께 일하던 민서도 퇴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의 사람들이었지만, 떠나는 이유에는 어딘가 닮아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람 사이에서 오간 말, 그리고 그 말이 남긴 상처였습니다.
두 분의 집사님과는 캄보디아 선교를 함께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직항이 없어 상하이를 경유하며 긴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냈습니다. 공항 의자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고, 낯선 도시를 스쳐 지나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 한 분은 대학교수님이셨는데, 처음에는 조용한 인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분위기를 이끄는 분이셨습니다. 긴 이동의 피로 속에서도 그분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연주하던 분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랑방 모임에서 무심코 던진 말이 상처가 되어 마음에 오래 남았고, 결국 떠나기로 결심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딸 같은 직원 민서가 퇴사를 이야기했습니다. 밝고 웃음이 많았던 아이였습니다. 맡긴 일은 늘 기대 이상으로 마무리했고, 약국의 분위기를 한층 환하게 만들어 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고객들도 민서를 보며 “인형인 줄 알았다"라고 웃음을 보이곤 했습니다. 피곤하거나 우울한 일이 있어도 민서가 부르는 애교섞인 “국장님” 한마디에 기분이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연말까지 함께하기로 했었기에 갑작스러운 결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역시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 쌓인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더라는 자리에 있지만, 모든 감정의 결까지 세밀하게 조율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일 것입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선택을 붙잡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이별이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자리는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리라고.
민서는 아마도 이 작은 약국보다 더 큰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사람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그렇게 믿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내는 쪽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결국 함께하는 시간보다, 떠난 뒤에 남는 기억으로 더 오래 머무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함께 웃었던 순간, 스쳐 지나간 말들, 아무렇지 않게 건넸던 인사들. 그 모든 것이 뒤늦게 의미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말을 조금 더 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하려고 합니다. 언제 어떤 순간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별은 늘 아쉽고, 때로는 이유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서 남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함께했는가를 그대로 비추고 있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고,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