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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Aug 10. 2022

올리비아 뉴튼 존을 추억하며

ㅡ우리는 그때 허슬을 추었지

올리비아 뉴튼 존의 사망 소식이 뉴스에 떴다. 일흔셋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세상에나 올리비아 언니가 그렇게 나이가 많았다고? 하긴 지금 내 나이를 생각해보면 흠...


방화동에서 가장 큰 약국인 에덴 약국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항상 최신 유행 팝송이 들렸다. 이곳은 공항시장과 공항 예식장 사이에 있었는데 약국 옆 오스카 사진관을 지나면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린 레코드 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가게 밖으로 스피커를 내놓고 음악을 틀었다. 그때 1982년 우리가 중3  열여섯 살이었을 때 인기가수였던 올리비아 뉴튼 존의' 피지컬(Physical)'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노래는 라디오에서도 자주 나왔다. 일요일이나 방학 때 점심을 먹고 방바닥에 배를 붙이고 누워 클로버문고나 삼중당 문고 같은 적은 액수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설책을 뒤적이면서 라디오를 듣다 보면 며칠에 한 번 꼴로 들을 수 있었다. 라디오를 듣는, 팝송 꽤나 듣는 전국의 학생들은 올리비아 언니를 따라 후렴구인 '냄비 위에 밥이 타'를 목청껏 불렀었다.


언니는 유명한 곡이 많았다. 감미롭게 부르던 '제나두'라는 노래도 있었고 부드럽게 부르다가 후렴 부분에서 강렬하게 '핫 어택'을 부르짖던 '핫 어택(heart attack)이라는 곡도 인기가 있었다. 아, 핫 어택이라니. 갑자기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심장에 어택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우리는 영등포 도서관 지하 식당 옆 작은 방에 주말마다 모여 놀았다. 핑계는 독서. 그리고 독서 토론. 그리고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 하지만 우리가 주로 했던 것은 적당히 독서를 끝내고 도서관 앞 분식점에서 튀김과 떡볶이를 먹는 것이었고 가끔 신촌 태멘 극장에 몰려가 '갈매기 조나단'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백일장을 한답시고 일요일 날 잡아 덕수궁에 몰려가 놀기도 했다. 그때 시를 써서 장원을 했던 학생이 '최희정'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없다.


어쨌든 영등포 교육청 관내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독서동아리에 모여 놀던 우리들은 방학이면 '문학의 골짜기'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등사기로 인쇄한 종이 티켓을 잘라 친구들에게 소정의 금액을 받고 팔았던 기억이 난다. 나처럼 재주 없는 아이는 시낭송을 했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아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목청이 좋은 아이는 노래를 불렀다. 몇몇은 서로 각본을 만들어 연극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댄수도 있었다.


'허슬'이라는 무용도 아니고 체조도 아닌 그것. 여학생 여섯이 모여 허슬을 추기로 했다. 자의 반 타의 반. 그 당시 나의 몸매는 이차성징이 진행되는 여성이 갖추어야 할 체지방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피노키오 몸매였다. 가슴도 판판 엉덩이도 판판했고 관절은 뻣뻣했다. 하지만 단체 허슬은 내가 싫다고 빠질 수 없는 그야말로 '단체'적인 것이었다. 하여 안무를 지도하는 친구의 지시대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부드럽게 음악에 맞춰, 아니 뻑뻑하고 엉거주춤하게.


여섯이 하는 집단 군무라서 같은 디자인의 옷이 필요했다. 우리는 영등포 시장을 돌고 돌아서 우리의 가무에 딱 어울릴 티셔츠를 골랐다. 그리고 축제가 열리던 날 그 옷을 입고 무대로 오종종 뛰어 올라가 열심히 성심성의껏 허슬을 추었다. 헛둘헛둘. 핫 어택! 셋둘셋둘 핫 어택!!


좌로 셋, 우로 셋이 대칭으로 한쪽 다리는 무릎을 접고 한쪽 다리는 뒤로 길게 뻗고 앉아 양팔을 높이 펴 들고 만세를 부르면서 허슬을 끝내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멋지게 잘 끝냈다는 흥분감에 들떠 무대를 내려왔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다섯은 서로 어울려 안무대로 폼나게 팔을 뻗고 있는데 나는 그들과 1미터 떨어서 따로 독립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쿵!


사진을 보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심장에 무리가 왔다. 핫 어택!!!


이제 올리비아 언니는 천국으로 냄비밥을 태우러 떠났지만 나는 아직도 언니 생각을 하면 핫 어택이 온다.


A heart attack, you're giving me a heart attack

A heart attack, you're giving me a heart attack

A heart attack, you're giving me a heart attack


#방화동

#피지컬 #physical

#올리비아_뉴턴_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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