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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Jul 30. 2022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사랑으로 더욱 다정해지기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김수정/포르체

-다정함이라는 재능 (p.76)

책을 선물 받았다. '더 다정해지시오.'라는 말과 함께. '내가 그렇게 다정하지 않습니까?'라고 다정함을 감춘 삐딱한 답장을 보내고 싶었으나 참고 '더 다정해질 결심'을 해본다. 내 속에 오래 자리했던 삐딱함을 누르고 다정해질 결심으로 마음을 틀게 만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의 얼굴이 되고 싶고, 사랑으로 마음을 얽혀 버리고 싶어서다.

-깊은 청록의 사랑(p.16)

평생 사랑이었고 이해였으며 긍지가 되었던, 김환기에 대한 김향안의 사랑은 바다와 같다. 김환기의 그림 '무제'의 청록색처럼 넓고 깊다. 바다가 생명의 시작이며 마지막이듯이 그녀의 김환기에 대한 사랑은 이해로 시작하여 긍지로 완성된다. 시냇물처럼 얕고 가늘고 소란스럽게 휘어지는 나도 가끔은 이런 청록색의 사랑을 꿈꾼다. 아직도.

-분홍의 그림 덕분에(p.26)

봄의 분홍은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따뜻한 바람이 겨우내 닫혀있던 꽃눈을 잡아당겨 흔든다. 그 힘으로 꽃이 열린다. 꽃은 사람의 눈길을 잡아끈다. 눈빛을 흔든다. 눈이 크게 열린다. 열린 눈은 다른 눈을 당기고 흔들고 열게 한다. 그렇게 봄의 분홍 아래 사랑이 시작된다.

그때, 그 봄에 분홍에 끌려 사랑이 온 거다. 순전히 봄의 분홍 탓이다. 그러니 누구든 어느 봄날 불현듯 사랑이 찾아온다면 이유를 찾지 말고 그저 분홍을 탓하며 같이 발그레 물들면 된다. 분홍의 꽃그늘도 그늘이라 외롭고 쓸쓸한 구석이 없지 않겠지만 사랑은 통각과 미각을 마비시키는 힘이 있어 고통과 고미(쓴맛)는 약해진다.

-하루의 마지막에 내가 돌아가 쉴 곳, 달뜨면서 달뜬 밤(p.230p.166)

사는 일이 어둡고 축축할 때 사랑의 힘이 끼어들면 멀리 청록의 바다가 보이고 눈앞에는 아슴아슴 분홍의 꽃이 핀다. 아픈 하루의 마지막이 덜 아프게 된다. 쓴 기운이 빠져나가게 된다. 꿀 발린 달이 뜨는 하루의 마지막에 결국 돌아가 쉴 곳은 달뜬 사랑의 품이 될 것이다. 사랑의 지지로 팽팽하던 정신줄이 나긋나긋해질 것이다.

그러니 홀로 강인한 그대여, 항상 로맨틱을 잃지 말아요. 로맨스가 휴업이라고 로맨틱마저 휴일은 아니랍니다.라고 책은 말한다. 이제 알겠다. 사랑을 일으키는 힘, 유지하는 힘은 다정함이다. 책을 선물하며 해준 더 다정해지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다정을 잘 부풀려 사랑을 키워 '苦'와 '痛'을 덜어낸 하루하루를 살아보라는 뜻이 아닐까?. 아무래도 어디 가서 다정학 강좌라도 들어야겠다.  


문득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다. 며칠 전에 내게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사준 언니. 선한 사랑의 얼굴을 가진 분이다. 책을 선물하고 그 얼굴을 배우고 싶다.

(꿀 발린 달-잔나비 노래 '로케트' 가사의 일부)


#포르체


#우리는사랑의얼굴을가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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