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사진 한 장에 사로잡혔다. 맛깔나게 끓인 동태찌개 사진이었다.
그분이 끓인 동태찌개는 무를 넣고 국물을 너무 맵지 않게 끓인 찌개였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 밥상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양이었다. 요즘 식당에서 파는 동태탕이나 찌개는 국물의 색이 너무 빨갛고 맛도 탁하다. 게다가 잡다하게 이것저것 야채도 많이 들어가서 별로다.
김장을 앞둔 이즈음에는 동태나 생태를 자주 먹었다. 아주 어릴 때는 동태를 나무 궤짝으로 사다 장만해서 꾸덕하게 말려 구워 먹고 조려 먹었던 기억도 있다.
어릴 때 집에서 먹던 동태찌개는 국물이 빨갛지 않고 주황색에 가까운 주홍색이었다. 양념이 순했다. 저녁 상에 동태찌개가 오르면 나는 무릎걸음으로 밥상에 바짝 앉았다. 일곱 식구 수대로 밥이 퍼지고 아빠가 수저를 들면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찌개 그릇으로 젓가락을 돌진시켰다.
일단 살만 있는 동태 꼬리 부분은 젓가락 두 짝을 수평으로 눕혀 살을 훑어낸다. 동태는 생태보다 살짝 단단해서 그렇게 해도 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하얀 동태살을 얼른 내 밥그릇으로 옮겨와 밥숟가락 위에 얹고 크게 한 입을 먹는다. 달고 맛있다. 그러고 나서 중간 토막을 찾는다. 생선토막의 중심에 있는 둥그렇고 굵은 뼈 사이에 젓가락을 넣고 살짝 비틀면 생선살 덩어리가 동그랗게 떨어져 나온다. 고것을 국물에 축여 또 밥한 숟가락을 먹는다. 알이나 곤이 보이면 냉큼 집어다 먹는다. 마지막으로 생선 대가리를 관찰한다. 눈 밑에서 아가미 위 사이에 동그란 부분에 엄지손톱만 한 살점이 나온다. 쫄깃하고 맛있다.
초겨울 저녁 일곱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던 그때부터 나는 생선살 발리기는 선수였다. 식구가 많으니 따로 챙겨주는 손은 없는데 먹고는 싶으니 눈과 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평상시에는 반공기나 먹을까 말까 했는데 맛있는 동태찌개가 나오는 날은 밥을 한 공기 가득 먹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나를 보고 저 고양이 같은 쯧쯧 그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