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Aug 27. 2022

쓰는 사람, 이은정

마음의 오지랖이 넓은 여자의 글을 읽다.


ㅡ당신과 온기를 나눈다는 것


노란 책을 받았다. '쓰는 사람 이은정 '이라는 책이다. 선물로 받은 것이다. 이 책이 나왔던 지난 칠월 나의 많은 페친들이 이 책 얘기를 했다. 내 지인 중에도 이은정이 있다. 나는 그녀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몇 달에 한 번 뜨문뜨문 안부를 나누던 내가 책을 선물하자 그녀는 무척 기뻐했다. 책이 무척 좋았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은정 작가의 전작(作)도 구해 읽었다고 했다. 좋은 작가를  알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노란 책을 읽었다. 엄마가 입원한 병실에서 읽었다. 미스터 트롯을 들으면서 읽었다. 읽다 보니 이은정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지랖의 원뜻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이다. 요즘에는 오지랖이 넓다라는 문장으로 많이 쓰인다.  옷섶이 넓다는 원래의 뜻보다는 이 일 저 일에 관심도 많고 참견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관심이라는 단어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관심이다. 참견의 뜻은 자기와 별로 관계없는 일이나 말 따위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란다.  부정적인 의미를 빼고 다시 생각해본다. 오지랖이 다는 것은 자기와 관계없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내 일이 아닌 일에 마음이 당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 이은정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다.


본인의 살림살이도 넉넉한 편이 아닌데 우체국에 갈 때마다 빵이나 귤을 나누어준다.  중앙선을 넘은 차를 안전하게 길을 찾아주고  당황한 운전자를 달래준다. 노안인 내가 책을 멀리 놓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읽어보니  이런 행동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참견을 하는 오지랖이다.

 신기하게도 작가 옆에는 작가처럼 마음의 앞섶이 넓은 사람들이 산다. 하여 작가는 바란 것은 아니지만 보답을 받게 된다. 만원에 여섯 개씩 파는 고구마를 몇 개 먹을래 물어보면서 오천 원어치를 팔고 쌍화탕도 건네주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자기 물건을 만원 어치도 아니고 반값에 해당하는 만큼만 사는 손님이 기침을 한다고 감기약을 챙겨주는 오지랖이라니. 또 딸도 아니고 손녀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닌데도 새로 한 김치를 나누어주고 싶어 하는 할머니도 작가 곁에 있다. 이 할머니도 마음의 오지랖이 어지간히 넓은 사람이다.


거친 세상살이에 같이 깃들어 꼭꼭 여밀 수 있는 넓은 옷섶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미새의 날개 밑에 깃든 어린 새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마음의 앞자락으로 품어주다니 얼마나 다행한가. 내게 이 책을 보내주신 분이 생각난다. 그분은 요즘 엄마가 아프셔서 마음이 부산한 내게 위안을 보내 주셨다. 단지 페이스북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만났을 뿐인데 그런 위안을 주셨다. 내가 쓰는 글이 좋다고 열심히 해보라고 칭찬도 주셨다.


비단보다 고운 칭찬으로  한 땀 한 땀 지어진 위로를 걸치고 앞자락을 여며본다. 따뜻하다. 따뜻하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허리도 펴진다. 좋다. 이 좋은 기운이 지금을 사는 힘이 된다. 관심이라는 마음의 오지랖이 당신과 나를 품어준다. 우리들의 지친 허리를 세워 사람 人을 만들어 준다.


#포르체

#쓰는사람이은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