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걷기를 처음 시작할 때 시작했던 것이 사람길을 찾아 걷는 것이었다. 차가 중심이 된 찻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길, 사람만 걸을 수 있는 길인 사람길을 걸었다. 걸으려면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전국의 둘레길, 옛길, 산길, 종주산행길 같은 자연길도 걸었지만 골목길도 걸었다. 골목길도 사람이 중심이 되어 다니는 중요한 사람길이기 때문이다. 사람길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동안 이왕 같은 시간을 내어 걷는 거라면 길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보려고 걸어왔다.
그 경험을 토대로 우선 '서울 역사문화길 걷기 코스 100선'을 소개하고자 한다.
공동의 기억을 찾아서
서울은 크고 복잡하고 마천루와 차도로 꽉 찬 도시로 보인다. 겉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속을 보면 2천 년의 역사를 품은 고색창연한 도시이다. 편리와 기능 중심의 계획도시와 달리 고도는 인간 삶과 사람길이 먼저였기에 도로와 도시의 구조 역시 삶의 흔적이 축적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역사는 시대를 산 모두의 합작품이다. 인물, 사건, 공간, 경관, 문화, 노포들까지 서울 안 곳곳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 공동의 기억과 감성으로 숱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빠름과 기능, 찻길 중심의 도시개발이 우리에게 서울을 피상적으로만 대하도록 만들어 왔음에도, 이제 우리는 걸으므로 오랜 시간의 지혜와 공동의 기억의 공간들을 다시 찾아 나서고자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걷기이다. '걸으면 보인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고, 걷기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자 걷기의 묘미이다. 걸으며 시공간을 통틀어 길에 깃든 삶의 이야기가 주는 감흥을 공유함으로써 지금 우리는 여기에 홀로 있지 않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자로서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된다.
2022년 새해, "서울, 아는 만큼 깊어진다." 걷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서울 역사문화길 걷기 코스 100선' 소개 방법
1. 어떻게 걸을까: 같이 걷듯 과정 공유
'서울 역사문화길 걷기 코스 50선'은 같이 걷듯이 소개하는 방식으로 연재한다. 걷는 과정이 생략되면 정작 걸을 수가 없다. 왜 걷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길의 주제에 대한 이유도 알아야 한다. 코스별로 장소만 나열해 소개한다면 명소를 추적해 가는 과정과 감성이 빠진 백과사전식 나열식 소개밖에 안된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도 아니고 주관적 견해를 담는 글로서의 가치도 상실한다. 마치 같이 걷는 것 같은 '서울역사문화길 50선'을 통해 같이 놀라고 힐링하고 감성을 채우고 생각을 깨우고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얼마나 걸을까: 걷기 코스 별 길이
새로운 서울 역사문화길을 만드는데 있어, 주제와 코스의 연관성, 한 개의 코스 안에 여러 곳을 탐방하는 것을 감안해 1회 걷기 하기에 최적당한 길이를 염두에 두고 코스를 짠다. 운동 효과를 위한 걷기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걷기만 하는 자연길과 달리 역사문화길은 특정 장소마다 들러서 자주 멈추고 보기 때문에 일반적인 걷기와 달리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될 수 있다. 그 만큼 뇌에도 많은 자극을 준다. 가족이나 친구, 모두와 같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5~10km 정도의 거리 단위로 걷기 코스를 짜서 소개한다.
3. 무엇을 볼까: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서울은 조선조부터 600년의 도시가 아니라 고려 남경, 백제 한성시대까지 2000년이 넘는 역사가 숨 쉬는 도시이다. 임진왜란 등 숱한 전쟁과 일제강점기, 개발 제일주의 시대를 거치며 많은 역사문화자원이 훼손되고 사라졌지만 우리는 먼 기억을 끄집어내고 흩어진 조각들을 맞추어 내 머릿속에 그날의 모습을 재현해 낼 수 있다. 그럴 능력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현재의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기억(근현대사) 속 이야기를 기준으로 길을 짜되, 때론 더 먼 과거까지 걸으며 현장을 볼 수 있는 것들을 우선으로 걷기 코스를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