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축성된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길이다. 성곽의 안과 밖을 번갈아 걸으며 보이는 주변 풍경과 조망이 일품이다. 파노라마 전망대, 울창한 숲길, 유려한 성곽을 따라 걷는 모든 길이 그 자체로 힐링의 길이다. 이 길엔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 남산 정상의 '서울 중심점'과 옛 남산식물원 밑에 묻혔다가 100년 만에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2020년) '한양도성 유적'을 꼭 들러 보자. 남산공원 동쪽 가파른 성곽을 따라 오르는 목재계단길은 제대로 하체 운동을 하게 되는 구간이다. 한양도성 남산코스는 운동도 되고, 힐링도도 높고, 얘깃거리도, 볼거리도 많은 명품길 중 명품길이라고 할 수 있다.
(2020.11.7. 촬영)
출발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3번 출구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광희문이 보인다. 길 옆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광희문이 왠지 정겹고, 편안한 휴식을 준다. 그러나 성벽은 없다. 평지를 지나는 성벽은 대부분 일제에 의해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장충체육관 옆에서 한양도성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맛보고, 이어지는 다산 성곽길에서 보이는 조망은 일품이다.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봄과 가을엔 환상의 길이 된다.
장충체육관 뒤쪽에서 시작하는 다산성곽길 구간의 성벽 밖쪽 길(상)과 신라호텔 뒤쪽 암문을 통과해야 하는 성벽 안쪽 길(하)
국립극장 옆 남산 순환길에서 한양도성을 다시 만나면 성벽 옆의 길고 긴 계단을 타고, 최고의 힐링 장소인 전망대까지 오른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온 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에 전망대의 시원한 바람과 파노라마 전망까지 남산 성곽길의 묘미 중 최고 하이라이트이다. 이어 울창한 숲 속 길을 통과해 남산 순환로를 만나 서울을 품는 정상에 오른다. 남산 정상은 서울의 정 중앙에서 서울을 360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남산을 내려서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앞 광장의 비문, 너른 잔디밭의 백범광장은 대한사람의 자긍심을 일깨운다.
가파른 나무계단길 끝에 파노라마 전망대(2020.7.26.)
한양도성길 남산코스 정보
◇길의 유형/형태 : 역사길/포장길(일부 데크 및 자연길 약간) ◇거리 : 6km ◇소요 시간: 2시간10분 ◇시작/종료 지점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회현역 ◇경유지 : 광희문 - 장충체육관 옆 - 반얀트리클럽 - 국립극장 - 남산공원 안내센터 - 남산 정상 서울 중심점 -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 잠두봉 포토아일랜드 -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 안중근 의사 기념관 광장 - 백범광장 - 회현사거리 - 회현역 ◇걷기 포인트 : - 시구문으로 쓰였고, 병자호란 땐 인조의 피난 문이기도 했던 광희문 - 성벽 밖길과 안길의 아름다움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다산 성곽길, 성벽 안길에서 보이는 아늑한 성곽마을과 시내 조망도 일품이다. - 600여 년 전의 태조 시기에 축성된 성벽이 남아있는 남산 동쪽 성벽, 성벽 옆 깔딱 계단길과 파노라마 전망대 - 남산 숲길과 정상 부근의 성벽을 따라 걷는 길 - 남산 정상에 있는 서울의 지리적 중심점(경위도 원점) - 변방의 변란을 알리며 전국의 봉화가 모이는 최종 종착지 목멱산 봉수대 - 남산 정상의 해발 480m 높이에서 서울 전역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N서울타워' - 남산 정상의 사랑의 열쇠 광장, 팔각정, 서울 원도심을 품는 일품 전망 - 일제가 성벽을 철거하고 그 위에 조선신궁을 지었다가 100년 만에 땅 속에 묻혀 있던 성곽 유적이 발견된 한양도성 유적 -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에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대체시킨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백범광장 - 남산 아래에 찻길 축대로 쓰이고 있는 한양도성 ◇녹색길 비율 : 80% ◇난이도/경사도 : 하중급/최고 40도 ◇샷 장소 : 상/어디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곳곳이 샷 장소다. 자기만의 인생 샷 장소를 찾아보자. ◇걷기 좋은 때 : 사시사철 좋은 길이다. 가을의 짙은 단풍은 기가 막히다. 꽃들이 만발한 봄철, 숲이 우거진 여름, 눈 내린 풍경의 겨울 모두 좋다. ◇Tip :
- 장충체육관 뒤쪽의 다산성곽길부터 성벽 밖으로 쉼터를 지나 신라호텔 뒤쪽 암문을 통과해 성벽 안쪽 길로 이어 걸어야 한다.(이 신라호텔 뒷길에서 반얀트리클럽 안쪽 구간은 저녁에 폐쇄될 수 있다.(09:00~18:00 개방))
- 장충체육관 뒷길 다산마을 쪽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 필요
◇등급 : ★★★★★
남산 동편 성벽 따라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오르면 파노라마 전망이 펼쳐진다.
남산 정상 부근의 성벽 따라 걷는 아름다운 길(2020.8.1)
남산 정상에 있는 서울 중심점과 전망대(좌, 중), 내려가는 길의 잠두봉 전망대(우)
새로 발굴된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좌, 중), 조선신궁배전 터(우)
안중근 의사 기념관(19.11.17)과 안의사 광장의 기념비(좌,중). 봄철 온갖 꽃이 만발한 백범광장에서 내려가는 길(20.4.19)(우)
참고 지식
◇목멱산(270m) : 남산의 원래 이름, 목멱산은 서울의 안산(案山)이라고 하여 조선 초기부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는 국사당과 정상에 변방의 변란을 알리는 봉수대가 있었음. 일제는 왕궁 앞산인 남산에 신궁을 지어 수도 서울과 한국 땅을 지배하는 상징으로 삼음.
경유지 소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 사라진 줄 알았던 한양도성 유적이 땅속에서 100년 만에 발견되었다. 신궁이 헐린 후 옛 남산식물원이 자리했던 곳이다. 일제는 한양도성의 성벽과 성문을 마구잡이로 헐었다. 영영 소실된 부분들이 많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실패했다. 철거되 땅 속에 묻혔던 한양도성 유적 일부가 최근 발견돼 1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발굴·정비·보존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2020년 11월에 처음 공개됐다. 도성을 처음 쌓은 태조 때부터 수백 년에 걸친 성벽의 변천사와 도성 축성 방법 등이 이번 발굴 유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제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한양도성을 훼손했는지도 알 수 있다. 일제가 한양도성을 훼손한 뒤 그 위에 조선신궁 (식민지배의 상징으로 남산 중턱에 세운 신사)을 세웠던 신사터도 발굴되었다. 일제가 구축한 방공호(적의 공격이나 공습을 피할 목적으로 서울 내 1만 개 방공호 구축 계획)의 실제 모습도 볼 수 있다.
◇광희문 : 4소문 중 남소문으로 서소문과 함께 시구문(시체를 내보내던 문)으로 쓰였던 광희문엔 기막힌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한이 되어 서려 있다.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이어 대한 제국의 모든 힘을 빼앗기 위해 군대까지 강제로 해산시킬 계획을 세웠다. 1907년 일제는 고종을 강제 퇴위시킨 뒤 미리 한국군의 화약과 무기, 탄약고를 접수했다. 그리고 7월 31일 밤중에 조정을 위협해 군대 해산에 대한 순종 황제의 칙령을 반포케 하고, 군대해산 시에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한국군의 봉기를 철저히 진압해 줄 것을 이완용의 이름으로 통감 이토에게 의뢰케 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후 일제는 한국군에게 훈련원에서 도수교련을 한다고 속이고 맨손으로 훈련원에 모이게 했다. 나중에 한국군이 일제의 계략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완전히 무장해제를 당한 몸인데다가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일본군 부대가 훈련원을 이중 삼중으로 포위하고 있어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미리 눈치챈 일부 한국군 부대가 무기고를 탈취해 시가전에 나선다. 대한제국의 중앙군이 도성 안에서 일제의 침략에 항거해 싸운 유일한 전투인 남대문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월등한 화력을 앞세운 일본 군대와 장장 4시간 이상 장렬한 전투를 계속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일본군은 한국군의 마지막까지 쫒아가서 학살을 자행했고, 시신을 광희문 앞에 버렸다. 그렇게 버린 한국군 시신이 120구에 달했다. 광희문 밖에서 자식과 아버지의 시신을 찾는 통곡 소리가 몇 밤 며칠을 끊이지 않았다 해서 광희문은 '통곡의 문'이 되었다. 군인들은 그렇게 스러져 갔지만 한국 군인들의 항일 투쟁 중 가장 빛나는 역사로 남았다. 시구문 밖엔 신당이 많아서 지금의 신당동이 되었고, '아무리 지독한 병마라도 수많은 원귀에 단련된 수구문에는 꼼짝도 못 할 것'이라 하여, 광희문의 돌을 갈아 만든 '수구문 돌가루'가 만병통치약으로 통하기도 했다.
길과 연계된 명소
◇다산성곽마을 : 장충체육관 뒤쪽 성곽을 따라 언덕진 골목길로 들어서면 낮은 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마을이 나타난다. 최근 예술 창작인들의 핫 플레이스로 부각되고 있는 다산성곽마을이다. 서울 중구가 '문화창작소'를 지원하면서 갤러리, 스튜디오, 쇼룸 등 민간 문화예술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오갈 데 없던 가난한 예술인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긴 창작 공간에 시민들이 찾았다가 애호가가 늘면서 하나의 문화 축이 형성되고 있다.
다산성곽마을은 지역축제같은 예술문화제를 정기 개최한다. (2018. 5.19)
응용 코스
1. 한양도성길과 이어 걷기 : 한양도성길 남산코스에서 앞쪽으로 인왕산 코스와 북악산 코스가 이어진다. 뒤쪽으로 낙산 코스도 있다. 내사산(낙산, 남산, 인왕산, 북악산)을 빙 둘러 조성된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아름답고도 수려한 길이다.
2. 서울숲남산길 : 한양도성길 남산코스의 경유지인 반얀트리에서 서울숲남산길로 갈 수 있다. 매봉산공원, 응봉공원, 대현산공원을 거쳐 조망 명소인 응봉산과 서울숲까지 이어진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숲길이 있었는지 놀라게 되는 녹색띠 길이다.
3. 남산 둘레길 :남산순환로 동쪽 성벽 목재계단길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데크 쉼터에 숲으로 향하는 길이 연결돼 있다. 남산 남쪽은 거의 숲 속 원시 자연을 느끼는 멋진 길이 펼쳐진다. 북쪽으론 산책길로 너무도 유명한 북측 순환로를 걸어 남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