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어울리는 사소한 순간(추억)을 기록해 보세요.
그냥 순간, 추억이 아니라
‘사소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으니 턱 막히는 기분이다. 사소한 이라니 내 순간들, 추억들을 쓰게 되면 괜히 다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까 섣불리 꺼내지 못하겠다. 사소한.. 오히려 좋지 않은 기억들을 사소하다고, 사소한 것이었다고 말해버리면 정말 사소하게 되어 별거 아닌 것으로 휘발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좋지 않은 기억을 한번 꺼내어 기록해 보아야겠다.
여름, 여름밤, 여름의 냄새, 여름의 공기.
초봄에 태어난 나는 여름을 참 좋아한다. 여느 계절보다 여름을 사랑하고, 그 덕에 여름 나라로 떠나는 여행을 즐겨한다. 98%의 습도, 꿉꿉하고 찐득한 피부, 그것들을 뛰어넘는 싱그러움이 있기에.
39세의 무더운 여름날, 소위 말하는 아홉수라는 것이 내게도 찾아온 것일까. 반기지 않는 좋지 않은 일들이 연거푸 찾아왔다. 정기검진을 하러 가볍게 들렀던 병원에서는 조직검사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날 밤에는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연세가 있으셨기에 주위에서는 호상 아니냐며 심심한 위로를 보내왔지만 그래도 가족들이게 호상이란 것이 있을까. 무엇보다 그 해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들어하셨던 우리 엄마가 제일 많이 걱정되었다. 내가 엄마를 의지하고 따르듯 엄마에게도 외할머니가 그런 존재일 테니.
무사히 상은 잘 치르었고, 불벼락 같은 소식을 또 엄마에게 전해야 함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마음은 돌덩이가 앉은 듯 무거웠다. 오히려 나쁜 일들이 겹쳐온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슬퍼할 때 확 슬퍼할 수 있으니..?
그렇게 초여름이 지나고 다행히 아이의 여름방학에 맞추어 수술날짜가 잡혔다. 일부러 그렇게 잡은 것은 아니었고, 교수님의 가능한 일자에 맞추어 가장 빠른 날로 잡은 것이 그날이었는데, 아이에게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찰나에 잘되었다 싶었다. 내 몸에 있는 나쁜 세포들을 하루빨리 떼어내버리고 싶었다. 5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까.
유난히 그 해 여름은 빠르게 흘러갔다. 빠르게 지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관계로 인한 괴로웠던 기억,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건강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다했던 여름날. 올해 여름은 작년과 다르게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 채워 꾹꾹 눌러 담고 싶다. 작년 여름이 틈으로 나오지 않을 만큼.
그러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