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온다. 이맘때쯤 넘는 문지방이 코앞에 왔다. 반가우면서도 슬픈 순간, 폐업과 개업, 개강과 종강, 방학과 개학, 첫 키스와 마지막 포옹.
거실에서 작은방으로 들어오듯 새해는 시작된다. 방문을 열면 멋진 고적대의 축하 연주도 없고, 장중한 배경음악도 없다. 특별한 순간이라기보다 특별하고 싶은 순간이다.
텔레비전에서 요란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또 재미있는 소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테지. 작년 다짐을 새 다이어리에 똑같이 옮겨적다가,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작년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겠지
그래도 안다. 이번 해는 아주 고마웠기에 다음 해도 고마울 거라는 걸 안다. 새해의 끝은 아쉬운 법이라지만, 이번 해는 조금 아쉽게 시작해서 두근거리는 끝이 되길.
_
새 책 <가끔은 조용하고 어둡고 싶은거야>에 수록된 글입니다.
11/27까지 텀블벅 펀딩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