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매일 하는 통화에서 나는 주로 바쁘게 말하는 역할이다. 하루동안 담아둔 이야기를 다 풀어놓기 위해 성실하게 떠든다. 오늘은 더치커피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삼베천에 커피가루를 감싸 물에 담궜더니, 꼭 보약 달이는 모양새가 되어버려서 그걸 꼭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고 싶었다고. 엄마가 다이소에서 사온 쿠션을 빠셨는데, 빨래를 꺼내려고 가보니 세탁기 안에서 쿠션이 터져 스폰지가 팝콘처럼 가득 차 있었다고. 온갖 짜증을 내며 세탁조를 닦으면서도 너한테 이걸 말해줄 생각에 웃음이 났다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나는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이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상하게도 진짜 마음을 입으로 말하려면 목소리가 작아진다. 너는 내 얘기를 들으면서 깊은 한숨을 쉬거나, 갑자기 깔깔 웃었다. 네 웃음소리를 들으면 웃으면 나도 웃음이 났다. 더 말해주고 싶었다. 바보가 되는게 즐거운 일이라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알 수 없을 거다. 분명 아까보다 더 힘주어 말하고 싶었는데, 또 목소리가 개미만하게 나온다. 하여간 네 앞에서는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