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방에서 지낸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시간 외에, 집에 있으면 꼭 방에 들어와 있다. 집에 아무도 없어도 그렇다. 문을 닫고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여 컴퓨터를 끄는 것으로 일과를 끝마친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새로운 것을 구상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갑자기 영화를 보다가 책을 펼쳐 읽기도 하며, 의자를 뒤로 끝까지 젖혀 낮잠을 자기도 한다. 모든 것은 혼자서, 이 작고 안락한 방 안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방에서 지낸다’고 표현한 이유이다.
그렇게 혼자에 익숙해지다가 간혹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면 방문을 열고 거실에 앉아있는 엄마 곁으로 간다. 그리고 밥을 먹고, 티비를 같이 보는 척하다가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내 일상은 굴러간다.
궁금해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즐거울 수 있을까. 아마도 엄마는 알고 있지 않을까. 엄마는 나와 비슷해 혼자 잘 노니까, 그 나이쯤 되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어느 날 나는 같이 티비보는 척을 하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랑 나는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 우린 보면 혼자 뭘 잘 찾아서 놀잖아.” 그리고 이런 대답을 기다렸다 “응 맞아 엄마는 혼자 있어도 하나도 안 심심해 원래 성격이 그래서.” 하지만 현실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맞아 그랬는데, 이제는 혼자서 뭐하기가 싫더라.”
나는 그 말 뜻을 찬찬히 곱씹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도 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겠지. 엄마의 엄마가 말을 걸면 짜증도 냈겠지. 혼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기며 놀다 지칠 때쯤 돼서야 슬쩍 엄마 곁에 다가가 무릎을 베고 누웠겠지. 그런데 이제는 어떤가. 혼자 노는 것을 방해할 엄마도 없고, 자식 하나 결혼해 보내니 정말 무뚝뚝한 아들 하나 빼고는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 혼자서 하기 싫은 일도 다 혼자서 해야 한다. 그럼 엄마는 성숙한 어른 이 된 것일까. 더 고독해진 것일까. 완벽한 혼자란 밝은 흰색일까 짙은 회색일까.
“아,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애야?”
잠시 내가 뱉었던 말의 무게를 달아본다. 나는 엄마에게 무엇이든 ‘알아서 하겠다’고 말해왔다. 철저히 혼자의 삶을 꿈꾸는 듯. 다 귀찮다는 듯.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게 진짜 어른 인 양 굴었다. 속 뜻은 이랬다.
“혼자서 잘 해보고 싶어요. 믿어줘요”
‘혼자’라는 건 가끔 졸리고 배고픈 것처럼 ‘혼자이고 싶은’ 일시적 상태를 뜻하는 것이지. 결코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즘은 가급적 방문을 연다. 방 밖으로 걸어나와 티비를 보는 엄마를 바라본다. 괜히 커피를 한 잔 타고, 엄마에게 시답잖은 고민을 털어놓고, 출가한 동생 흉을 본다. 그러면 엄마는 다 안다는 듯 웃으며 한마디 한다.
“너 요즘 자주 나온다? 갑갑하지? 나이 먹으면 그런거야.”
뭔갈 들킨 듯 대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대답없이 엄마 옆에 앉는다. 오늘은 평소보다는 조금 오래 방 밖에 있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