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남긴 자리를 다시 살아내는 일~
2025.10.19
네가 떠난 지 벌써 154일이 되었다고 해.
5개월 남짓인 셈이네.
벌써 154일이라고 했는데, 겨우 5개월 밖에 안되었구나.
과연 네가 보고 싶을 만하다.
거긴 어떠니?
친구들은 많이 생겼니? 너 낯 엄청 가리잖아. 나 외의 모두에게는 발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싫어했잖아. 그래서 걱정이야. 나 없이도 지낼만해?
나는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꽤 적응도 됐어, 아마도. 이제 침대 위에 옷을 벗어 놓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어. 옷에 박힌 네 털들을 하나하나 떼어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 창문틀에도 이것저것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 창문 틈에 놓아둔 화분 걱정을 안 해도 되게 되었어. 책상 위에 커피잔을 아무렇게나 올려놓아도 괜찮다는 것도 알게 됐어. 밥을 먹다가 입속에 들어간 네 털을 빼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 침대에선 더 이상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서 자지 않아도 되더라. 새삼 내 침대가 이렇게 넓었었구나 싶어.
그런데 말이야,
이제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도 더 이상 너의 "야옹"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 벗어놓은 옷가지 위에서 내 체취를 맡아가며 그릉거리는 너의 모습도 볼 수가 없더라. 책상 위로 올라와서 모니터 앞을 오가며 내 몸에 볼을 부비던 그 보드랍던 촉감도 사라졌더라. 창문에서 일광욕을 하며 낮잠을 자던 네 한가로운 모습도 이제는 없고, 화장실 문을 열어달라며 울어대던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아. 그런데도 나는 아직 화장실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어. 그래서 여전히 화장실은 살짝 열려있곤 해. 돌아누운 침대 머리맡에 웅크리며 잠들어있는 네 얼굴도 이젠 없어.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만져지던 너의 부드러운 털들도, 그르릉 하던 소리도 전부 사라졌어. 쿵쿵 거리며 오르내리던 캣타워의 소음까지도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로 네가 떠난 지 154일이 되었대.
너와 함께 지낸 날은 6,500일이 넘는데.
150여 일이 지난 오늘도 화장실 문은 여전히 반쯤, 아니, 네가 앞발을 넣어 밀면 열릴 만큼, 딱 너만큼 열려있어. 그리고 나는 이제 네가 더 이상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문을 닫아. 열려있던 그만큼. 딱 너만큼 말이야.
앞으로 6,400일이 더 지나고 나면, 너와 함께이던 시간만큼 네가 없는 시간이 되고 나면, 그러면 그때엔 나도 좀 잘 지낼 수 있을까? 더는 화장실 문 닫는 걸 까먹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