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끝나간다(1)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한 해의 끄트머리~

by 익수정









또 나만 홀로.




2025년이 끝나간다.

그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가 있을지, 이걸로 끝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한 해는 어땠을지, 잠시 눈을 감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무것도 한 것 없는 것 같다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머리카락 끄트머리에 들러붙은 껌처럼, 너무나도 떼어나기 귀찮고 짜증 나고, 지겹기까지 한 그 생각.

한 해, 한 해, 그렇게 별 거 아니라는 듯, 겸연한 척 담담한 척 툭 툭 던져내던 말들이었는데...

시간이, 세월이 한 겹 한 겹 쌓이고 보니 이제는 어느새 그냥 버릇처럼 나오는 이 한 마디.


'난 올해에도 아무것도 한 게 없네.'


사실은 뭣 좀 했을 수도 있는데. 꽤 많은 걸 해낸 나였을지도 모르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감정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건 이상하리만치, 언제나 죄책감과 우울함이었다.








그건 아마 오랜 세월 습관이 되어버린 죄책감 때문 아니었을까.

혹은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스스로에게 주는 형벌 때문 아니었을까.


"왜 술을 마셔요?"

"잊기 위해서지."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지."

"뭐가 부끄럽다는 거죠?"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러니까, 나는 그냥-

계속 부끄러운 삶으로, 그렇게 별 거 아닌 것들로 시간을 축내고 있는 존재로 그렇게 있어야만 한다고.








그래도 올해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기로 한다.

삶에 대한 태도를, 생각을 바꾸려 노력했던 것처럼, 그리고 시도했던 올해의 날들처럼,

버티고 살아냈던 일주일, 일주일이 쌓이고 보니 어느새 오늘에까지 다다를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처럼,


그렇게 올 한 해도 조금은 다르게 보기로 한다.

물론, 해 본적이 너무 오래되었거나, 혹은 해 본 적이 없는 일인 나머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거세해 왔던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마주 보기.

타자의 욕망보다 나의 욕망을 먼저 욕망하기.


올 한 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아마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내가,

내가,


내가 아니라면 나에게는 그 누구도 없음을.

이제는 일말이나마 깨달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