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사랑을 말하기 어렵다

~미움도, 사랑도, 아직은 먼 이야기~

by 익수정










거베라의 꽃말은-




음력 10월 1일.

어제는 나를 태어나게 해 준 남자의 생일이었다.

나는 매년 그래왔듯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감기가 유행 중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여서.

물론 진심으로 축하해서는 아니었다.

일종의 도리... 혹은 의무감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죽어버렸으면 할 정도로 미워했던 마음도 이제는 다 타버려서 하얀 재만 남고,

더 미울 것도 그렇다고 더 좋아할 것도 없이, 관계라는 속박이 만들어낸 일종의 저주 같은 인연.


그러나 비록 저주받았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므로, 그렇기에 응당해야만 하는 의례, 혹은 의식 같은 것.

올해도 그렇게 그 남자의 생일은 지나갔다.








곧 몇 주 뒤에 있을 친구의 축가를 연습하며, 좀처럼 마음에 와닿지 않는 가사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친구 축가만 벌써 일곱 번은 더 한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 그 가사에 공감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을 보며 사랑을 약속했던 우리의 마음은 영원한 거라.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


노래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축가를 부르는 상황은 곤혹스럽다.

그래서 더 떨리는 걸까.

축가라는 무대에서 제대로 축하하고 있지 못하는 진심이 들킬까 봐.


물론 축하하는 마음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축하합니다- 물론 축하드립니다. 아무렴요, 축하하고 말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혹은 제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차라리 제 마음에 와닿아 스며드는 건 이쪽입니다.


나는 가끔씩, 이를테면 계절 같은 것에 취해, 나를 속이며, 순간의 진심 같은 말로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또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이런 사람이라 미안합니다.

그래도, 축하합니다. 당신이 태어난 것을, 결혼하게 된 것을.







연애와 사랑에 대해 돌아보면-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랑이란 게,

한 번도 이뤄져 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래서인지,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 횟수만 보자면 아이러니하게도 평균보다는 많은 편에 속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을 뿐.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렇다 해서 내가 원하는 사랑을 이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혹시 이 말로 인해 마음이 상하게 된 이가 있다면, 그이에게는 내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문제가 해결되는 것 또한 아님을 알아주시기를.

이 문제는 여전히 내 문제로 남아 있는 채, 그대로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사랑을 논하기 전에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모르진 않는다. 우선하기 어려울 뿐이지.

누가 그걸 모르랴.

사랑도 결국,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