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끝나간다(2)

~끝나지 못한 2025, 시작되지 못한 2026~

by 익수정













2025년이 끝나간다.

아니 이제는 이미 2026년이 되었지만, 아무튼 그 두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혼자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았던 시간을 가진 것과는 또 다르게,

올해는 정말 많은-말 그대로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많았던-일이 일어났다.


참 많은 이별이 있었고, 그 안에는 생(生)과 사(死)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써야지 하고 다짐했었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이야기해야 할까, 하며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랬는데,

어째 좀처럼 쓰기가 어려웠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글은 어느새 2026년의 1월까지 이월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써야지- 써야지- 하며 메아리만 반복되던 이 글은

저번달 이자까지 얹히는 바람에 이제야 겨우 갚을 수 있게 되었다.








보통은 한 해를 돌아본다고 하는데,

나의 2025년은 내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회고와 함께 갈무리한 나의 지금까지의 인생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그건 말 그대로

'삶과 죽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는 데까지 더 오래 걸렸는지도.

보통 이런 말은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오는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삶과 죽음이란 언제나 내 옆에 계속 들러붙어있는 것이었다.

같은 나이 대의 사람들,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랬다.

-나는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죽음과, 그 이후의 삶을 경험한 것 같다.


많은 일이 있었고, 그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여기에서 다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고, 글은 하염없이 길어지게만 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지금 이 이야기는 과거의 한 장면을 짤막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일단락하고자 한다.


편린으로 남아있는 한 장면,

해 질 녘의 도서관 구석 책장 한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책들을 읽고 있던 10대의 소년. 도서관 창을 따라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뉘엿뉘엿 책 위로 드리워지면, 그게 마치 죽음처럼 느껴진다는 양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는 책장 하나를 더 넘긴다.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 소년은 그게 참 재밌는 부분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피식하고 웃는다.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죽음이란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는 말이 아니었고, 계속 곁에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MEMENTO MORI"


우리는 필멸하고,

그 대부분의 죽음은, 언제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어느덧, 더는 미혹되지 않는다는 시기를 맞이한 나의 2026년.

사변적이고 사변적이다 못해 조잡해져 버린 잡념 같은 것들은 일단 뒷전으로 치우고,

이제는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한 편,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의 저편 그 너머를 가늠해 본다.


나의 인생은,

다른 이보다 많은 죽음을 경험하며 살아오게 했고, 그렇게 되어 있는 길로 만들어졌다.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의 바람과-의지와 상관없이 남아있는 사실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대로의 그것뿐이다.


그리고 내 삶이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제 더는 휘몰아치는 파도에 맞설 게 아니라 파도타기를 해보기로 한다.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놓아주기로 한다.


보통의 삶이라는 망령이 이제는 편히 잠들 수 있게 보내주기로 한다.

그렇게 불혹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이건 2025년을 끝내는 것도, 2026년을 시작하는 글도 아니다.

하나의 다짐 같은 것이다.

다만 2026년의 1월에 있었을 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