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써야 한다는 말 앞에서, 다시 숨 고르기~
쓰다 보니 벌써 열다섯 번째 글.
꾸준히 하자.
2025년에 이어 2026년 또한 이 목표는 유효하다.
유효는 한데, 잘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좀 휘청거리는 것 같기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잘 쓰기보다는 꾸준히 쓰기를 목표로 시작했다.
하지만 저장해 둔 글감에, 글을 쓸 생각과, 글을 쓸 시간까지 함께 줄어들어가다 보니, 점점 조급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라는 게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
라이킷이 더 늘어난다면, 구독자가 생긴다면- 하면서,
그래서 나중엔 이걸로 (혹시라도) 벌어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행복 회로까지도 돌려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지금처럼 조급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냥, 쓰고 싶은 걸 쓰자고 했으면서.
내 안의 '잘해야 돼' 병은 잠복기가 참으로 길다.
완치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틈바구니가 보이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온몸으로 퍼져버린다.
그 말은 멈출 줄을 모른다.
금세 다른 얼굴을 하고 다시 나타난다.
더 잘해야 돼,
더 잘하고 싶어,
그러니까 더 잘해야 돼.
지금으로는 모자라,
지금으로는 부족해.
지금으로는 터무니없어.
어느새 비교가 시작된다.
다른 뛰어난 사람들을 불러내서는 나를 그 옆에 벌을 세우듯 걸어 놓는다.
교수대 위에라도 서 있는 듯한 기분이다.
넌 그동안 뭘 했는데?
넌 그것도 못하는구나.
그러고는 이윽고,
넌 뭣도 아니야.
넌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너는 한심해.
너는 구제 불능이야.
너는 쓰레기야.
너는...
이 말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지겨워죽겠는데도, 끝날 생각이 없는 삶의 레퍼토리.
-이제 나는, 그만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의무적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그러다 퍼뜩,
생각하는 걸 멈추기로 한다.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었잖아.
내 기준에서, 내가 쓸 수 있는 상황일 때,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그게 조건이었잖아.
'꾸준함'이라는 말도
"이루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마음 한편에 계속 가진 채 살고 있었더니 지금의 기회가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 같은,
흔한 TV 인터뷰에서 나 볼법한 성공사례의 주인공처럼, 그냥 그 '끈을 놓지 말자' 정도의 감각으로 가늘게 이어갈 생각이었잖아.
그런데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고개를 가로젓게 되어버린다.
그러고는 꾸준함이라는 말을 새기기로 결심했던 계기가 되었던,
열심히 동네 하천을 오르고 내리며 달리기를 하던 때를 떠올려본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달렸느냐도 아니었고, 얼마나 멀리까지 달렸느냐도 아니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렸느냐 또한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달리고 있는 페이스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달리기에서는 그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달리기는 조금만 정신을 놓아버리면 페이스가 떨어져 버리거나, 혹은 올라가 버린다.
의식하지 않고 들이마시고 내쉬던 숨도 어느새 가빠져버리거나, 자세도 불균형하게 무너져버린다.
지나치게 앞으로 몸이 쏠린다거나, 혹은 너무 뒤로 젖혀버린다거나 한다.
한 걸음걸음을 내딛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슴에 들어간 힘을 빼고 들숨과 날숨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지점이다.